[커버스토리]‘강부자 내각’의 현란한 재테크 기법

“땅을 사랑한다” “30억은 양반”이라는 그들, 편법과 탈세는 옵션

‘고소영’ ‘강부자’에 이어 ‘강금실’(강남에 금싸라기 땅을 실제 보유한 사람들)이라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평균 40억 원에 이르는 재산, 적어도 강남에 집이 두 채고, 통장 70개에 10억 원을 예치한 사람도 있으며, 골프·콘도·헬스클럽 회원권만 8억 원어치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도요타·혼다·볼보·푸조 등 외제차 보유자도 다수.

이명박 내각의 재테크 1순위는 역시 부동산이었다. 절묘한 매입 시기와 입지 선정은 ‘투기’ 의혹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잠실의 한 재건축 아파트 앞에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사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박민규 기자>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내각 후보자 16명(국무총리 포함)의 재산 내역이다. 이 가운데 아들과 함께 전국에 걸쳐 40여 곳의 부동산을 소유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여론에 떠밀려 물러나고, 이어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투기 의혹 속에서 낙마했다.

16명의 경력을 보면 한승수·강만수·유명환 후보자 등 관료와 김도연·김성이·남주홍 등 학계 출신이 ‘반분(半分)’한 양상. 평생 공무원 아니면 학자였던 이들은, 그러나 서민들이 평생 모아도 ‘불가근’한 부를 축적했다. “30억 원이면 양반 아니냐”(남주홍 후보자)는 해명 속엔 그들만의 남다른 재테크 기법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인수위가 국회에 제출한 공직후보자 재산 신고 사항과 지난 2월 27·28일 양일간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의 공방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첫 내각 후보자 15명의 현란한 재테크 기법을 볼 수 있다. 이번 분석에서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함께 이미 낙마한 이춘호·남주홍·박은경 후보자도 포함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치켜세웠던 MB시대 핵심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자 15명이 국회에 신고한 재산의 평균 금액은 39억1378만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한승수 국무총리(21억449만 원)를 포함하면 약간 낮아져 재산 평균 금액은 38억70만 원이 된다.

재테크는 역시 ‘강남 부동산’
새 내각 후보들의 재테크 중심에는 부동산이 있었다. 아파트·단독주택·오피스텔·분양권 등 주택 관련 부동산이 모두 37채로, 평균 2.3채의 주택·오피스텔·분양권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부분 고향 등 연고지나 개발 예정지에 임야나 대지, 전답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체 재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5%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27일 열린 이영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통합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이 후보자 보유 주택 사진을 들어 보이며 질문하고 있다. 이영희 후보자는 강남에만 4채(총 25억8500만 원)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부동산 부자’ 후보자들이 소유한 아파트 등의 절반 이상은 서울 강남지역에 집중됐다. 이들이 신고한 아파트와 아파트 분양권, 단독주택 가운데 절반 정도인 18건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지역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영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은 서울 잠실동의 아시아선수촌아파트(15억 원), 역삼동 오피스텔(1억3000만 원), 서초동 오피스텔(2억 원), 서초동 오피스텔 분양권(7억5000만 원) 등 강남에만 4채(총 25억8500만 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 140억 원을 신고해 초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최고에 오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강남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유 후보자는 강남에만 주택과 토지를 4건 보유하고 있는데, 주소지인 서울 청담동 주택은 39억 원,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16억 원, 청담동 대지는 11억 원이 넘는다. 유 후보자 가족의 전체 부동산 재산 72억 원 중 67억 원 정도가 강남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과 장남의 명의로 전국에 걸쳐 논밭·아파트·임야·대지·공장·사무실 등 40건에 이르는 부동산을 소유해 ‘투기 의혹’과 함께 여론의 질타를 받아 낙마한 이춘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또한 ‘부동산 귀재’답게 강남을 주시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명의로 서울 서초동에 두 개의 오피스텔(2억 원)과 양재동 단독주택(6억6000만 원), 서초동 삼풍아파트(14억4000만 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같이 후보자들이 소유한 부동산이 강남에 몰려 있는 이유는 시세 차익 등 ‘투자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먼저 유인촌 후보자가 1986년에 구입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44.7㎡)는 1988년 당시 1억5000만 원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 17억2000만 원까지 12배 가까이 올랐다. 전남 해남이 연고지인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서울 개포동 주공아파트(83㎡)도 1999년 2월 구입 당시 1억5500만 원 정도에서 현재 8억2500만 원까지 뛰었다. 7년 만에 5배 이상 뛴 셈이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의 서울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136㎡)는 참여정부가 출범하던 2003년 2월 6억5000만 원가량에 샀는데 현재는 12억5000만 원까지 나간다.

PB 통해 정보 얻고, 배우자 명의로 투자
“주거환경이 좋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인지상정”(주호영 의원)이라는 MB 측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절묘한 매입 시기와 입지 선정은 ‘투기’ 의혹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유인촌 후보자가 한양아파트를 구입한 1980년대 중반은 경제적으로 유가·금리·환율의 3저 현상에 부동산 복부인들이 강남지역에 몰려들면서 부동산 투기가 극심하던 때다.

또 정운천 후보자가 아파트를 산 시점은 구제금융으로 부동산 값이 폭락한 뒤 다시 기지개를 켜던 때로, 개포동 주공아파트의 경우 정 후보자가 사기 두 달 전인 1998년 12월께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가 이스라엘 대사로 나가 있던 2003년 5월, 3억1000만 원을 들여 매입한 서울 반포동 삼호가든맨션 아파트(61㎡)는 한 달 뒤 재건축조합 설립 승인이 나면서 현재는 조합원 지분 매매가가 8억 원을 호가한다. 부동산 가격이 뛰는 시점을 잘 잡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때문에 낙마한 후보자들뿐 아니라 이명박 내각 후보자에 대한 ‘투기’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은 “투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보는 부동산업계에선 코웃음을 치고 있다.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집만 5채, 그것도 강남에만 4채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투기가 아니냐?”며 “아파트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 직전에 사거나, 실평수가 15평(49.5㎡)인 9억8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재건축을 노린 투기 수요”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들, 이른바 고위층들은 부동산 정보를 어디에서 얻고 있을까. 타워팰리스 등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도곡동의 ㄷ공인 대표는 “고위층의 경우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상담을 하다 보면 오히려 우리가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부동산정책 관련 쪽 연줄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하지만 이들은 결코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고위 공직자가 투기한다는 소리를 피하기 위해서 손님이 없을 때 조용히 혼자 상담하러 오거나 브로커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한 PB는 “자산 규모 30억 원이 넘는 부유층들은 대부분 PB의 고객”이라며 “극도로 신분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은행 방문보다 PB들이 직접 찾아가거나 제3의 장소에서 만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내각 후보자들에게서도 보듯 부동산은 강남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 집중 투자하고, 금융권은 주식과 예금, 채권 등으로 분산 투자하고 있다”며 “고위 공직자나 얼굴이 알려진 공인의 경우 본인이 아닌 배우자 명의로 투자한다”고 전했다.

아껴야 잘 산다, ‘세테크’에도 능해
은행권의 말대로 이번 내각 후보자들의 금융 재테크의 특징은 ‘분산’이다. 평균 11억7100만 원에 달하는 후보자들의 금융 자산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청문회 결과 한승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장관 후보자 7명이 1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일본 채권 거래도 재산 증식 수단으로 동원했다.

먼저 주식 거래로 가장 큰 재산을 불린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부인과 장남 명의로 4억3900만 원의 주식을 보유해 전체 재산의 15.1%가 주식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내용을 보면 기아자동차, 하나투어, 일진전기, 대우증권, 대우건설 등 16곳에 분산투자했다. 이어 정운천 농수산식품 장관 후보자는 3억 원, 이영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2억4000만 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2억30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경련 부회장 출신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지난해 히트한 미래에셋증권에 대부분 주식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한 총리는 상장 전 오스코텍으로부터 받은 스톡옵션 평가액이 2억70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채권 거래도 재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했다. 유인촌 후보자가 대표적으로, 그의 부인은 일본 국채를 거래하면서 수억 원의 환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청문회에서 “유 후보자는 부인 명의로 32억6000만 원가량의 일본 국채를 보유하면서 2005년 4월 27일부터 지난해 7월 19일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입출금 거래를 통해 2억∼7억 원의 환차익을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국채 거래를 통한 환차익은 한때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재테크 수단 중 하나다.
이처럼 재산을 많이 불렸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줄이기 위한 내각 후보자들 노력은 혀를 내두를 만하다. 연말정산에서 교육비를 이중 공제한 사례도 나왔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자녀가 7년간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도 했다. 재산 축소 신고와 탈루 등 이른바 ‘세(稅)테크’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다.

사퇴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6년간 연말정산에서 자녀 교육비 4800만 원을 이중 공제받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그의 딸은 이미 2000년 6월 14일 한국 국적을 포기한 이후에도 최근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사청문회가 없었다면 두 후보자 모두 그대로 지속될 세테크였던 셈이다.

여기에 유인촌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시어터’ 건물에 대해 부인과 공유 지분 관계를 표시하지 않은데다 부인 명의의 기업은행 예금 12억 원이 누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절대 농지를 소유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다 사퇴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1994년 남편과 공동 명의로 돼 있는 평창동 자택에 대한 종합토지세를 제때 내지 않아 구청으로부터 압류됐다가 2년이 지나서야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호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증여세 탈루 및 재산 은닉 의혹을 받았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2005년 8월 취득한 롯데캐슬 엠파이어 아파트는 부인과 공동 명의로 등기했는데, 구입 대금 9억6000만 원의 절반인 4억8000만 원을 부인이 부담해야 함에도 부담하지 않았다”면서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실거래가는 40% 추가, 비공개 자산도 많아
부동산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신고하거나 밝혀진 후보자들의 재산 중 부동산의 경우 모두 공시지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의 경우 여러 번 공시지가를 조정해 실거래가에 근접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실거래가는 공시지가에 40~50% 정도 높여 잡아야 한다는 것. 이를 반영하면 이영희 후보자의 강남지역 부동산은 25억8500만 원에서 36억 원으로, 유인촌 후보자는 67억 원에서 93억8000만 원으로 부쩍 올라선다.

시민단체와 네티즌 사이에서는 “비공개한 자산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선 직계가족들 가운데서도 재산 공개를 거부한 경우가 많고, 귀금속 등 서류상에 잡히지 않는 자산 목록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직 후보자의 경우 본인의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윤호 후보자의 경우 장녀가 국적 상실을 이유로 거부했고, 이춘호 후보자의 장녀와 차남, 유명환 후보자의 장녀도 재산 내역 신고를 거부했다. 또 귀금속을 재산으로 신고한 후보자도 이상희 후보자(금 2100만 원 상당, 다이아몬드 200만 원 상당), 강만수 후보자(다이아몬드 200만 원 상당)에 불과했다.

‘투기’ 의혹에 대해 다른 목소리도 존재한다. “돈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축적했느냐가 문제”라는 것. 하지만 “친척이 김포 근처에 사는데 좋은 땅이 나왔기 때문에 사라고 권유해 구입했지만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는 줄 몰랐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이나 “서초동 오피스텔은 내가 유방암 검사에서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 남편이 감사하다고 사준 것이다. 일산 오피스텔은 친구에게 놀러 갔다가 사라고 해서 은행 대출받아 샀다”고 한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해명은 ‘평생 벌어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꿈인 서민들의 정서와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강하게 받고 있다. 새 정부를 이끌어갈 각료들이 한국 사회의 1%에 속하는 사람들이니만큼 서민들을 대변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