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리포트]중국·대만 ‘해커 대전쟁’

중국과 대만이 해커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포문을 먼저 연 곳은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 국가안전부는 최근 대만 군사정보국 소속 첩보요원에 대해 공개 수배령을 내렸다. 중국 정보당국이 대만 첩보요원에 대해 이름과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보당국이 공개수배령을 내린 리팡룽.

수배령이 내린 장본인은 20대 후반 리팡룽이다. 그는 대만 군사정보국 소속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주재하면서 각종 첩보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대만으로 복귀한 상태라고 중국 국가안전부는 밝혔다.

당초 그에 대한 수배령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펴내는 일간 ‘환구시보’가 먼저 보도했고, 이를 중국의 대만 관련 정부기관인 국무원 신문 판공실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시인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리팡룽은 중국의 민감한 사이트를 해킹한 뒤 수백 대의 중국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컴퓨터 해킹 기술을 이용해 중국의 인터넷 서버에 잠입해 ‘트로이 바이러스’를 퍼뜨려 비밀번호를 훔쳐낸 다음 공산당을 비롯해 정부, 인민해방군, 국방과학기술연구소와 군수산업체의 컴퓨터를 공격했다고 중국 측은 주장했다. 해외 주재 중국 공관 10여 곳도 해킹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유사한 인터넷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는 대만 간첩의 명단을 다수 갖고 있다”며 “반드시 이들을 체포해 법의 심판을 통해 엄벌에 처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 판공실 대변인은 “대만을 비롯한 외국 정보기관들이 중국의 민감한 사이트에 대해 해킹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비열한 책동”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측은 문제의 리팡룽이 정치·군사·외교·경제·의료·건강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의 자체 조사 결과 트로이 바이러스를 이용한 정보 수집은 대만이 전체 42%, 미국이 25%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대만 측은 해킹 천국인 중국이 대만 측을 비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만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은 해킹에 대한 중국의 비난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민진당의 촹하오쩌 입법위원은 “도둑질한 사람이 엉뚱한 사람을 도둑질했다고 몰아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십만 명의 중국 해커가 여러 해에 걸쳐 대만의 민감한 정부와 군 사이트에 침투했다”며 “중국이 전 세계 해킹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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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방부는 리팡룽의 활동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대만 입법위원들이 중국 측의 수배령에 대해 요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군사 정보국이 자체 요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가 내년 3월 대선 이전에 중국과 거리를 떼고 독립을 추진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고 이에 대해 중국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대만의 독립 행보를 막겠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듯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만의 해커들이 열띤 전쟁을 벌이고 있다.

<홍인표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