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리포트]여성의 의식개방과 몸매 현대화

미국인 로버트(24). 중국 베이징에 온 지 2년이 되는 직장인이다. 그는 중국 여성들이 미국 여성들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라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가 자주 찾는 곳은 서울의 이태원과 비슷한 분위기의 산리툰에 있는 바. 술집에서 만난 중국 여성들은 먼저 말을 건네는 것은 물론 술 한잔 사달라고 먼저 접근한다는 것이다. 말이 통한다 싶으면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면서 연락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로버트는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베이징에서는 일어난다고 흐뭇해했다. 미국에서 처음 만난 여성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했다가는 귀싸대기를 맞는다고 한다. 중국에 살고 있는 일부 외국 남성은 중국 여성들이 세계에서 가장 개방되고 대담한 여성들이라고 자신 있게 꼽고 있다.

중국 여성들의 의식만 개방적인 것이 아니다. 몸매도 S라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는 데다 틈나는 대로 운동도 즐겨하기 때문이다.

베이징 복장학원(의상학을 전문으로 하는 4년제 대학) 인체공학연구소에 따르면 요즘 중국 여성들은 1990년대보다 키는 0.5㎝ 커지고, 가슴둘레는 1㎝ 정도 늘어났다. 지난 6년 동안 3000여 명의 여성을 조사한 결과다. 18~55세 여성을 대상으로 했고 18세~30세 여성이 가장 많았다. 워낙 땅이 넓어 지역별로 나누어 조사를 벌였다. 화북지방 여성들은 평균 신장이 162.82㎝였다. 1990년대는 162.54㎝를 기록했다. 화남지방 여성들은 평균 신장이 158.86㎝였다. 1990년대는 158.41㎝를 기록했다. 중국 북부지방 여성들이 남부 여성들보다 4㎝ 크다. 1990년대보다 0.5㎝ 정도 커졌다.

가슴둘레는 더욱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재 화북지방 여성의 가슴둘레는 83.54㎝. 서북지방은 82.21㎝를 기록했다. 경제가 상대적으로 낙후한 서북지방 여성들의 가슴둘레가 북부지방 여성들보다 1㎝ 이상 적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화북지방, 서북지방 모두 평균 1㎝ 이상 가슴둘레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몸매가 S라인으로 변모하면서 속옷업체들은 신이 났다. 풍만한 몸매에 맞게 빅사이즈 생산을 늘리고 있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맞은 것이다. 크기가 작은 A형 브래지어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고 그 대신 사이즈가 큰 B형과 C형 브래지어 생산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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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속옷 및 관련 업종의 증가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지난 몇 년 동안 연평균 두자릿수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중국의 속옷 시장 규모가 연평균 20%씩 늘어나면서 앞으로 5년 안에 5000억 위안(약 6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고속 경제성장에 힘입어 중국 여성들의 의식과 몸매가 함께 현대화의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홍인표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