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누가 웹2.0 비즈니스 주도하는가?

기회를 진짜 기회로 만드는 ‘국내 전도사’들…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어

구글, 이베이, 아마존, 위키피디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웹 2.0 업체들이다. 고객 및 소비자의 상위 20%보다는 하위 80%의 가능성에 주목한다는 이른바 ‘롱테일’ 법칙을 비즈니스로 구현한 이들의 전략은 현재의 웹 2.0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돈도 많이 벌었다. 이들을 모태로 성공한 웹비즈니스를 꿈꾸는 이들이 국내에도 많이 생겨났다. 이른바 웹 2.0 시대 국내 ‘전도사들’이다.

하지만 아직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없다. 국내 투자자도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을 떠올리며 미심쩍어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도사들이 웹에서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산업 전 분야, 아니 대다수 사람의 일상생활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웹 2.0 논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어떤 비즈니스를 꿈꾸고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와 철학은 국내 웹 2.0 서비스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척도다. 적어도 가장 앞선 형태의 웹 2.0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겠다.”

싸이월드 신화를 만든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국내 회원 2000만 명을 돌파한 미니홈피 싸이월드 신화를 만든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싸이월드’는 웹 2.0 시대 성공사례로 미국 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 올해로 두 번째 열린 ‘웹 2.0 컨퍼런스’에서도 비중 있게 소개됐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끈 대목은 미니 홈피의 사회성이다. 웹 2.0 서비스의 핵심축인 ‘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것이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개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공간이 네트워크를 통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 공간에서 여러 사용자가 의사소통했다면 싸이월드는 수없이 많은 개인미디어 공간이 ‘일촌’과 ‘파도타기’로 연결된다. 사용자들의 참여와 적극적인 관계 맺기가 가능한 것이다.

유 사장이 강조하는 것은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생산한 다양한 콘텐츠를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며 모든 것이 웹에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가 꿈꾸는 웹 2.0 시대의 플랫폼은 싸이월드 2.0으로 진화하고 있다.

“개인이 생산하는 콘텐츠와 이를 마음껏 공유하는 미디어가 대세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개인미디어 블로그 세상을 꿈꾸는
노정석 태터앤컴퍼니 대표

SK텔레콤. IT 업계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발을 들여놓고 싶은 대기업이다. 그러나 뜻이 있어 대기업을 마다하고 나온 노정석 태터앤컴퍼니 사장은 웹 비즈니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1인 미디어로 급부상한 웹 2.0 기반의 블로그 사업에 헌신했다.

노 대표는 학창시절에 유명 해커로 이름을 날리다 보안업체 인젠에 합류했다. 노 대표는 이후 SK텔레콤 무선인터넷사업부에서 일했으며 NHN에 인수된 검색업체 ‘첫눈’을 거쳐 지난해 10월 태터앤컴퍼니를 세웠다. 태터앤컴퍼니는 웹 2.0 기반 설치형 블로그인 ‘태터툴즈’로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신생 웹 2.0 전문벤처. 가입자만 3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블로거들 사이에서 인기다.

노 대표가 원하는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와 콘텐츠 생산 의지는 웹 2.0을 관통하는 요소다. 국내 인터넷 포털의 웹 검색에서 새로 업데이트되는 웹 문서의 대부분이 블로그 콘텐츠라는 점에 승부를 걸었다. 그는 다양한 지식정보를 담은 새로운 콘텐츠가 살아 숨쉬는 공간인 블로그가 웹 2.0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믿는다.

“참여와 공유는 이 시대의 진정한 가치입니다.”

가치 있는 블로거들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박영욱 블로그칵테일 사장

광운대 컴퓨터공학과를 아직 졸업하지 않은 젊은 나이에 이른바 ‘메타블로그’ 사이트인 ‘올블로그’를 만든 박영욱 블로그칵테일 사장. 그가 생각하는 것은 갇히지 않은 블로그다. 박 사장이 운영하는 올블로그는 사용자가 어떤 블로그를 사용하든 서로 연결시켜준다. ‘참여’와 ‘공유’가 지니는 가치를 가장 최전선에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 블로거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서비스인 ‘위키피디아’와 개념이 유사하다. 바로 뭉치면 힘이 커진다는 웹 2.0 철학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태터앤컴퍼니와 야후, 네이버 등을 옮겨다니다 올블로그를 창업했다. 개개인 블로거가 지닌 역량과 정보를 더욱 내실 있게 키우겠다는 생각에서다.

“웹 2.0의 철학 중 철저한 개인화를 이룰 겁니다.”

개인이 마음대로 만드는 개인화 포털 꿈꾸는
표철민 위자드웍스 사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휴학 중인 표철민 위자드웍스 사장은 ‘개인화포털’이라는 이름으로 웹 2.0 서비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위자드닷컴을 이용하면 PC든 노트북이든 특정 사이트에 로그인하면 내게 맞게 꾸며진 포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윈도를 쓰든 리눅스를 쓰든 인터넷 익스플로러든 검색은 네이버에서, 뉴스는 다음에서 가져오고 디자인은 내 맘대로 고를 수 있는 것. 웹 2.0이 가져다준 ‘개방’이라는 덕목에 가장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표 사장의 철학은 개인화다. 싸이월드처럼 남에게 보여주는 내 모습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고 현실 속에서 자신이 운영하고 싶은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도록 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네이버와 계약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네티즌에게 보여줄 수 없는 현실이 지금 바뀌고 있다”는 것이 표 사장의 의견이다.

“우리가 유튜브 모델의 원조입니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열풍을 주도하는
김경익 판도라TV 사장

연예인이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주도해 만든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시장을 열어젖힌 주인공이다. 10여 년간 레떼닷컴 등 인터넷 사업을 진행했던 그가 주목한 것은 사용자들의 참여가 핵심인 동영상 UCC 서비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16억5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인수한 유튜브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사장은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틈새 이슈와 미디어적 가능성을 본다. 연예인 지망생들이 보여주는 재능과 끼가 UCC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 ‘조너선 심’이라는 재미교포가 자신의 가족에게 남긴 동영상이 방송사에도 소개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일반인이 참여해 제작한 UCC 하나가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피플웨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수많은 블로거들과 소통하는 전문 개발자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

소프트뱅크는 일본의 ‘빌 게이츠’라 불리는 손정의 회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아시아 최대 IT 기업 중 하나다. 소프트뱅크미디어랩은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자회사로 국내 웹 2.0과 블로그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이미 국내 웹 2.0 기업에 대한 투자를 서슴지 않고 있으며 국내 웹 2.0 기업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류한석 소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으로 정보기술(IT) 부문에서만 15년 이상 몸담았다.

유 소장은 ‘피플웨어’(www.peopleware.co.kr)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술의 문제보다는 사람의 문제에 집중한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가능성과 지식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그를 눈여겨보고 있다. ‘블로고스피어’를 주도하고 있으며, IT 전문 팀블로그인 ‘스마트플레이스’의 주축 멤버다.

김민수〈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