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영화‘1번가의 기적’여자복서역 하지원

“골이 흔들릴 만큼 때리고 맞았어요”

그의 작품을 보면 출연 계약서에 ‘뼈 빠지게 고생하며 찍어야 함’이라는 조항이라도 들어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영화배우 하지원 이야기다. 무협드라마 ‘다모’, 무협영화 ‘형사’에서 조선시대 여형사 역을 맡아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더니, 지난해 ‘황진이’에서는 조선시대 최고 기생 역을 맡아 춤연습에 몰두하다 두 번이나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새 영화 ‘1번가의 기적’(윤제균 감독)에서 겪은 고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여자 복서가 바로 하지원이 맡은 역. 영화 상영시간 내내 원없이 두들겨 맞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여성스럽게 깔끔한 멜로드라마 안 하고 매번 고생하는 역만 맡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이제 복싱이라면 제 평생 두 번 다시 하기 싫어요. 맞는 거야 어떻게든 맞겠지만, 남을 때려야 한다는 게 정말 가슴 아프거든요. 스파링, 권투경기 장면만 한 달 반을 찍으며 매일같이 두들겨 맞고 때렸어요. 그야말로 골이 흔들리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래도 권투경기 장면 찍으며 코피라도 나면 저도 모르게 주먹을 날리게 돼요. 역시 피를 보면 흥분하고 사람이 달라지나봐요.”

‘1번가의 기적’은 철거 직전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철거깡패와 퇴물 복서 아버지를 모시는 여성복서의 이야기를 다뤘다. 의외로 순진한 철거깡패 역에는 임창정이 캐스팅됐다. 연출을 맡은 윤제균 감독까지 합치면 2002년 영화 ‘색즉시공’의 주역들이 모두 모인 셈이다. 당시 ‘색즉시공’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섹스 코미디’를 표방하며 히트한 영화다. 그러나 ‘1번가의 기적’에는 전작의 이미지는 간 데 없다.

“임창정 오빠와는 영화를 한번 찍어봤으니 호흡이 잘맞죠. 무엇보다 그동안 결혼을 해서 그런지 여자를 배려하는 솜씨가 늘었어요. ‘색즉시공’에서는 코미디에 치중했다면 ‘1번가의 기적’에서는 진정성을 추구했다고 봐요. 달동네라는 우리 시대 아픈 곳을 무대로 모두들 진지하게 연기했어요.”

하지원은 지난해 KBS 드라마 ‘황진이’로 안방극장에서 히트했다. 본래 ‘1번가의 기적’을 먼저 찍고 ‘황진이’를 나중에 촬영했지만, ‘황진이’가 먼저 안방극장 전파를 탔다. 남자를 압도하는 여성 복서에서 조선 최고의 기생으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았다.

“복싱하느라 온몸에 붙은 근육을 빼는 것이 우선이었죠. 조선시대 최고 기생의 피부가 새까맣게 그을리고 근육질이면 어색하잖아요. 떡 벌어진 어깨도 여성스럽게 만드느라 고생했어요. 하얀 피부를 위해 살 태우면 안된다고 하루종일 모자쓰고 다녔어요. 그래서 ‘황진이’ 끝나자마자 온몸을 새까맣게 선탠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그동안 먹지 못했던 고기에 김치에 소주도 원없이 먹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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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고생하며 영화를 찍는 하지원. 그래도 가슴 한켠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생한 만큼 반응이 좋으면 저도 기쁘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쉽죠. 그런 점에서 가장 아쉬운 작품이 영화 ‘형사’예요. 영화를 찍으며 다리까지 부러지며 고생했는데, 정작 관객 반응은 미지근했거든요. 올해는 고생한 만큼 모두들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글/스포츠칸/이종원 기자 higher@kyunghyang.com>
<사진/스포츠칸/이석우 기자 phothokh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