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친자식도 다시 보자

호주 애벗 장관 ‘친자 소동’ 해프닝 후 DNA검사 크게 늘어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일이 실제 벌어져 호주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7년 전 버린 아들을 찾았다고 해서 뉴스가 되고, 친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또 한번 화제에 오르고, 이런 바람을 타고 친자 확인 열풍이 불고, 그 사회적 부작용이 지적되면서 사회적 논쟁이 되고….

화제의 주인공은 줄곧 낙태수술을 반대해온 호주 보건부장관 토니 애벗. 그는 최근 자신의 낙태 반대 소신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할 일을 직접 경험했다. 27년 전 입양시킨 아들을 극적으로 만난 것이다.

27년 만에 만난 아들이 남의 자식

애벗 장관이 시드니 대학 2학년 시절 여자친구 케시 도넬리가 임신을 했다. 당시 형편상 키울 수도 없고 낙태 또한 반대하던 그는 도넬리와 상의해 아기를 낳아 호주의 다른 가정으로 입양시켰다. 입양된 아기 대니얼 오코너는 이 사실을 모른 채 현재 호주 ABC방송국에서 음향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의 만남이 극적인 것은 서로가 아버지와 아들이란 사실을 모른 채 몇 차례 방송국 인터뷰에 자리를 함께 했다는 것이다. 오코너의 친어머니가 이들이 부자관계임을 확인하자 방송에 출연한 애벗 장관은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만난 것을 기뻐했고, 하워드 총리까지 나서서 이들의 만남을 ‘따뜻한 이야기(Warming Story)’라며 축하해 주었다.

드라마와 같은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것은 오코너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하면서다. 조심스럽게 이들의 DNA를 테스트한 결과 친아버지는 애벗 장관이 아니라 당시 그의 룸 메이트인 빌 켄셀로 밝혀졌다. 애벗 장관은 “27년 동안 헤어진 아들을 만난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오코너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이런 사연이 화제가 되면서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오코너의 아버지가 애벗이라는 걸 확인해준 도넬리의 도덕성이 구설수에 올랐다. 그녀는 호주 방송에 출연해 “나도 오코너가 켄셀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애벗 장관이 당시 신부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무척 외로웠다”며 자신을 향하는 여론의 화살을 애써 피하려 했다.
27년 전 애벗 장관은 호주의 보통 대학생처럼 한 집에 여러 명의 동기생과 함께 살았는데, 그는 당시 도넬리와 켄셀과 한 집에서 살았다. 이런 속에서 외로움을 못 이긴 도넬리가 켄셀과 하룻밤의 정사로 오코너를 갖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애벗 장관의 DNA 테스트 결과가 일반인에게도 영향을 줘 현재 호주에서는 ‘친자 확인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친자 확인을 전문으로 대행하는 회사 GT(Genetic Technologies)의 책임자인 이안 스미스는 “현재 많은 호주인이 친자 확인을 의뢰하고 있다”며 “어떠한 상황이 발생해도 결과를 인정하겠다는 각서를 검사 전에 받는다”고 방송에 출연해 말했다.

이혼 후 10년 동안 전 아내의 생활비를 지원해 준 마크 알벤의 경우 아들의 DNA 테스트 결과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방송에서 “결혼 생활이 불신 속에 이루어진 듯한 느낌”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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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벗 장관의 해프닝이 호주 전역에서 친자 확인 열풍으로까지 옮겨지자 일부에서는 친자 확인 결과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키운 사람이 ‘진정한 아빠’라는 주장도 강하게 일고 있다. 이래저래 호주에서는 친자 확인 열풍에 따른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시드니/김경옥통신원 kelsy0312202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