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의 난세직필](4)머지않은 론스타 사태 심판의 날

지난 6월 29일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 간 투자자-국가 분쟁(ISDS) 사건을 심리해오던 중재판정부가 절차 종료를 선언하고 120일 이내(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180일 이내)에 판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늦어도 10월 말 정도까지는 결론이 나오게 됐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관련 검찰수사가 진행되던 2006년 3월 론스타 사무실이 있던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내부

론스타 사태의 변곡점들

론스타 사태는 몇 번의 변곡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변곡점은 론스타가 먹잇감으로 외환은행을 점찍고 실제로 인수에 성공한 2002년 가을부터 2003년 가을까지의 기간이다. 이 기간에 정권은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바뀌었고, 은행 인수와 관련해 비금융주력자(소위 ‘산업자본’)에게는 그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 새 은행법이 시행됐다. 이 기간 론스타 문제를 직접 취급했거나 또는 관련이 있다는 의혹의 대상으로는 한덕수 국무총리(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 근무), 추경호 경제부총리(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김진표 국회의장(당시 경제부총리) 등이 있다. 그 외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민정수석),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당시 금감위 부위원장) 등도 있다. 이 시기의 핵심 쟁점은 비금융주력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과연 적법했는가 하는 점이다.

두 번째 변곡점은 론스타의 탈출 시도가 가시화되면서 감사원과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금융감독당국이 론스타의 해외 계열사에 대한 일제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손에 받아 쥐었던 2006년부터 2008년 가을까지의 기간이다. 이 기간에 감사원은 예외 승인의 사실적·법률적 근거가 미비하므로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취소하고 금융감독기구의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권고했고, 검찰은 론스타 관련자를 기소했다. 이 부분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투자자-국가 분쟁 사건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금융위원회 주도의 해외 계열사 일제 조사 부분이다.

이 기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감원장(이상 당시 검찰 수사팀), 김주현 금융위원장(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이동훈 금융정책과장(당시 금융위 은행감독과 사무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당시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다.

세 번째 변곡점은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을 만나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후 론스타가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어 한국을 탈출했던 2010년 가을부터 2012년 초까지의 기간이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때 금융위는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과 예식장 등 산업자본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든가, 골프장을 팔았으니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 기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람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외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당시 금융위원장),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당시 금융위 상임위원), 이석준 서울장학재단 이사장(당시 금융위 상임위원·최종구 후임) 등이다.

마지막 변곡점은 론스타가 한국을 탈출한 후 투자자-국가 분쟁을 제기한 후 정부가 초기 대응을 했던 2012년 가을 이후다. 이때 대응 TF에 간여했던 인사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외에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당시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동연 경기도지사(당시 국무조정실장) 등이 있다. 이때 우리 정부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제기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해 소송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단순한 ‘먹튀’ 문제가 아니다

위에 거론된 이름을 보면 모두 얼마 전까지 또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거물들이 망라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줄이고 또 줄이고, 가능한 한 현직으로 압축해도 이만큼 나온다는 말이다. 론스타 문제가 단순한 ‘먹튀’ 문제가 아님을 절감한다.

네 번의 변곡점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분석과 비판 대상이 됐다. 아이러니한 점은 대중이 론스타 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서도, 정작 그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가 잘 드러나지 않는 시기가 두 번째 변곡점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를 통해 론스타 문제의 일면에 익숙해졌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기구의 론스타 해외 계열사 일제조사의 의미는 오히려 잊혔다.

그 잊힌 의미가 드러난 첫 번째 계기는 2014년에 론스타 사태에 대한 제2차 정보공개청구 소송의 승소에 따라 론스타가 2006년 말 현재로 일본에 골프장, 호텔, 예식장 등 다수의 산업자본 계열회사를 거느린 비금융주력자라는 점을 감독 당국에 실토했다는 점이 드러난 때였다. 이 내용은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왜냐하면 2011년에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 최종구 및 이석준 당시 상임위원, 권혁세 당시 금융감독원장 등이 “론스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론스타를 산업자본이라 보기 어렵다”거나 (아직 호텔과 예식장을 보유 중임에도) “론스타가 골프장을 매각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산업자본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이 모두 사실과 부합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제2차 정보공개청구 소송 자료는 이창용 한은 총재와 추경호 부총리의 인사청문회 답변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 후보자는 2008년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론스타가 일본에 다수의 산업자본 계열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대응에 바쁘고, 더 알아볼 것이 있어서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변명해 직무유기 시비를 자초했다.

추 후보자는 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서는 예외 승인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비금융주력자 제도를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거나, 론스타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인수 승인을 해줬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대안부재론이 과연 은행법 위반이라는 위법 행위에 대한 정당한 항변이 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비금융주력자 제도가 외국인에게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식의 답변은 금융위 스스로의 논리를 뒤집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2007년에 시작된 론스타 해외 계열사에 대한 일제조사는 명시적으로 외국인에게도 비금융주력자 조항이 적용된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졌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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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관련자들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단 한푼이라도 론스타에 나가는 날, 국민은 결코 그들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심판의 날은 멀지 않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