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후]공짜 탄소중립은 없다

버스를 타고 가다 동네 거리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깃줄에 시선이 갑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거쳐 전깃줄을 통해 각 가정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는 석탄을 태워 물을 끓이고 그때 나온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 대세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젠 탄소중립이 지상과제가 됐습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깨끗한 에너지원이 태양광과 풍력발전입니다. 기술발전으로 재생에너지는 앞으로 수년 안에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겁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던 경제성의 문제가 사라진 지금, 미처 잘 몰랐던 새로운 문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바로 전력망의 안정성입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전력은 생산과 소비가 일치해야 안정적인 주파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전력 계통의 주파수는 한국의 경우 60Hz입니다. 전력 생산이 소비보다 많거나 적어지면 주파수 변동이 심해지면서 전력망에 물려 있는 전기와 관련된 모든 설비가 영향을 받습니다. 심하면 발전소의 파손을 막기 위해 정전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과 달리 기후와 날씨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는 출력이 들쭉날쭉합니다. 재생에너지가 많아지면 갑자기 공급이 많아질 수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햇빛과 바람이 강할 때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해놓거나 수소로 바꿨다가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거론합니다.

비용이 많이 듭니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하루 전 발전량만 정확히 예측해도 넘칠 것으로 예상될 때 태양광발전을 중단시킬 필요 없이 화력발전소의 출력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전력 생산이 넘친다면 연료비도 들고, 탄소도 내뿜는 화력발전의 가동률을 줄이는 게 합리적입니다. 태양광과 풍력을 대규모로 확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날씨 변화로 출력이 변동해도 기본적인 양이 뒷받침된다면, 기저전력으로 쓸 수도 있으니까요. 막대한 비용이 문제입니다.

에너지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보다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입니다. 요금 인상을 극도로 꺼리는 태도가 이런 상황을 고착시켰습니다. 공짜 탄소중립은 없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하고, 그러려면 우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전기요금에 녹색을 더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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