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극장전]정치혐오 넘어 의미있는 대안정치 실험

거대 양당의 독주체제가 이어지는 와중에 소수 진보정당에게 선거란 어떤 의미일까? 지난 6월 17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청춘 선거>는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참여한 제주 녹색당의 선거운동 과정을 조명한다. 극영화가 선거의 드라마틱한 속성을 활발히 활용하는 데 비해 다큐멘터리가 선거를 다루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당선과는 거리가 먼 진보정당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청춘 선거> 포스터 / 오프램프

감독은 본래 선거영화를 찍을 의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한국 근현대사가 압축된 제주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기록 작업을 꾸준히 하던 중 제2공항을 둘러싼 난개발에 반대하는 이들과 교류하게 된다. 그중 <청춘 선거>의 주인공 격인 녹색당 도지사 후보 고은영이 있었다.

영화는 예비후보 시기부터 선거 당일까지 한달가량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제주 녹색당은 도지사와 2명의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출마시킨다. 촬영팀은 후보와 운동원들을 밀착해 기록한다. 감독 본인의 ‘다이렉트 시네마’ 스타일을 살려 등장인물들이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대상을 관찰한다. 그 과정에서 대상의 진실성이 확보된다. 물론 때로는 충돌도 감수한다. 민감한 내부 논의 중 불편한 기색을 보이더라도 카메라는 물러서지 않고 ‘거리 두기’에 충실하다.

제목은 <청춘 선거>지만 영화에서 ‘청춘’은 흔히 떠올리는 2030 MZ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감독은 1980년대 ‘혁명의 시대’, 1990년대 ‘몰락과 모색의 시대’, 그리고 2000년대 이후 그중 여전히 대안사회를 포기하지 않은 소수가 진보정당 건설 후 패배와 낙오, 변절과 이탈을 거듭해온 흐름의 현재를 보여주려 한다. 그들이 새로운 ‘청춘’세대와 접속하는 과정 또한 흥미로운 볼거리다.

이미 결과를 다 아는 선거에 대한 기록이기에 영화의 핵심은 과정과 논쟁에 있다. 선거 D-30, 고은영 후보와 녹색당 지지율은 각각 1.0%, 0.8%로 전형적 군소후보다. D-7이 되자 지지율이 두 배로 오른다. 도지사 후보 중 3위, 도의원 1석을 차지할 상황이 온다. 이제 지금껏 고민해본 적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말 당선될 것 같은데 선거운동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한쪽에선 당선인을 배출해 유의미한 활동기반을 확보하자 외친다. 제주 특유의 향토문화 ‘괸당(혈연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문화)’도 활용하고, 당의 얼굴인 도지사 후보 이미지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반면 당이 늘 외쳐온 진보의제를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반발도 나온다. 감독은 양쪽 입장을 고루 배분하면서 희망의 실마리와 함께 극복되지 못한 현실의 한계 또한 지적한다.

방구석 극장전

<청춘 선거>는 진보정당 지지자가 아니라도 정치혐오를 넘어 대안정치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보길 권하는 영화다. 정치가 모든 걸 바꿀 수 없지만, 냉소만으로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음을 믿는 이들에게 다가올 2022년 선거를 앞두고 고민을 정리할 좋은 계기가 될 테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