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극장전]여섯 나라 노부부 이야기로 돌아온 ‘님아’

2014년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80여만 관객으로 한국 독립영화 중 역대 흥행 1위 작품이다. 그 <님아>가 시리즈로 돌아왔다. 4월 13일 공개된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는 진모영 감독이 ‘한국편’ 감독과 전체 프로듀서를 맡아 넷플릭스 190개국 2억 시청자에게 동시 서비스되는 중이다. 국내 원작 콘텐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보이는 건 거의 최초다.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 / 넷플릭스

확장 시리즈는 <님아>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다. 기본 50년은 함께 살았고 현재도 일상을 함께 나누는 커플이 조건이다. 국가별로 원작의 단순 복제가 아니라 각국의 노인문제와 사회현실을 특산 향신료처럼 톡 쏘는 맛으로 첨가했다.

가령 결혼 60년을 맞이한 미국 버몬트의 진저와 데이비드 커플은 순탄해 보이지만 이들이 사후를 준비하는 서류 과정, 사라져 가는 이웃들과 농촌경제의 변화, 그럼에도 탄탄한 지역 공동체의 존재 같은 볼거리가 잘 조화를 이룬다. 스페인의 나티와 아우구스토 커플은 운전면허 갱신에 실패하면서 산골에서 고립되고, ‘지방 소멸’이 임박한 마을엔 사람 대신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이 자리를 채우는 중이다.

일본의 키누코와 하루헤이 부부는 한센병으로 시설에 15년간 갇혀 살던 하루헤이가 시설에서 나온 후 평생 함께하고 있다. 이들의 삶 자체가 장애인 차별철폐 운동의 역사다. 이들은 지금도 자녀들에게 여전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집단소송에 참여한다. 이제 하루헤이가 키누코를 돌보며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울림이 크다. 한국편은 전남 보길도에서 전복 양식에 종사하는 생자와 영삼 부부의 이야기다. <님아>를 본 이들이라면 가장 친숙할 에피소드다.

미국, 스페인, 한국, 일본이 일정 부분 사회안전망과 노인복지 제도가 정비된 1세계 이야기라면 뒷이야기들은 ‘3세계편’이다. 다음은 브라질 리우 빈민가의 니시냐와 주레마, ‘여&여’ 커플이다. 이들의 집 주위로는 온통 그들의 자손이 가득하다. 두 사람이 커플로 가족에게 받아들여진 과정에 대한 일화나 참 많이도 싸웠지만 죽을 때까지 함께하자며 전원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은 이 시리즈에 대한 선입견을 허무는 기분 좋은 파격이다.

마지막은 인도 데칸고원의 농민 사티아바마와 사트와편이다. 결혼 전 얼굴도 몰랐지만 둘은 서로 피부색이 검어 별로였다며 농담을 나누며 존중하는 사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호우와 가뭄은 농사를 망치고, 돈을 벌기 위해 자녀는 도시의 공장으로 떠난다. ‘이촌향도’ 실사판인 셈이다.

방구석 극장전

원작 골격에 충실하면서도 각국 상황에 맞춰 지방, 장애, 퀴어, 생태 등의 키워드를 추가한 <님아> 시리즈는 소소한 진보적 태도가 돋보인다. 매회 제목부터 여성과 연소자가 앞에 붙는다.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처리가 기본 지원된다. 이 시리즈는 원작에 적지 않은 변주를 가해 진화와 확장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도전은 계속된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