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프리뷰]뮤지컬로 큰 인기 <몬테 크리스토>

‘페이지 터너’라는 표현이 있다. 책장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말한다. 인기 절정의 베스트셀러라는 의미다. 요즘 같은 인터넷 만능시대엔 자극적인 동영상이나 즉시적인 이미지들이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만, 사실 오랜 세월 인류의 가장 큰 벗이자 즐거움의 대상이 됐던 것은 단연 활자다.

EMK 뮤지컬 컴퍼니 제공

수많은 ‘페이지 터너’들이 오랜 세월 인기를 누리며 사랑받았지만, 프랑스의 알렉상드르 뒤마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들을 탄생시킨 대표적인 극작가이자 소설가다. 1802년 프랑스 북부의 빌레리 코트레에서 태어난 그는 20대 초반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꽃피우며 인기작가로서의 부와 명예, 인생의 흥망을 모두 경험하는 최고의 문필가로 살았다. 심지어 뒤마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시기에 프랑스의 한 외과의사는 마취제 대신 뒤마의 책을 읽게 했다는 일화마저 있을 정도다. 미식가이자 방탕한 사생활로 씀씀이가 헤픈 탓에 수많은 재산을 탕진했지만, 그의 사후 200주년이 되던 2002년 프랑스의 위인들만이 잠들 수 있다는 팡테옹에 안장되는 영예를 누리게 됐다. 지금까지 팡테옹에 묻힌 문필가는 볼테르, 장 자크 루소, 에밀 졸라, 빅토르 위고, 앙드레 말로 그리고 알렉상드르 뒤마 6명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뒤마의 작품은 무대용 뮤지컬로 각색돼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삼총사>와 <몬테 크리스토>다. 워낙 이야기 자체가 지닌 남다른 재미가 뛰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특히 노래와 춤을 곁들여 감성을 자극하는 뮤지컬의 무대적 구현이 극적 전개가 흥미진진한 그의 소설들과 궁합이 잘 맞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흥행의 이유다. 두툼한 5권 분량의 방대한 원작 소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기보다 선택과 집중, 생략과 강조의 재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따라가는 묘미에 집중한 것도 무대가 인기를 누리게 된 주요한 배경이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수려한 선율도 물론 매력적인 이 작품의 묘미를 잉태해낸다.

우리말 프로덕션의 비주얼적인 완성도는 이 작품의 화룡점정이다. 이리저리 공간 이동을 표현해내는 영상의 활용, 포댓자루를 탈출해 물속에서 유영하는 듯한 와이어 액션, 땅굴을 파면서 탈출을 시도하는 주인공이 드러나는 무대의 단면, 거대한 선박 모양의 세트, 화려한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저택 등은 꽤 흥미로운 볼거리를 효과적으로 구현해낸다.

문화프리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으로 공연장은 듬성듬성 자리를 비워두었다. 객석 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관람을 해야 하는 탓이다. “브라보”를 외칠 수도, 소리쳐 응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덕분에 커튼콜에서 환호 없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이 더 격한 감동을 자아낸다. 아무리 감염병이 우리를 위축시켜도 무대가 빚어내는 예술의 감동마저 지울 수 없다는 항변같이 느껴진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