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에세이]행정수도 이전은 가능할까

현 정부 들어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정부는 계속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지만, 정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른다.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증가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발생한 현상이지만, 수도권 주택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 원인이다. 공급을 늘리는 것이 어렵다면 수요를 줄인다는 시각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2004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어떤 근거로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이라 결정했던 것인지, 현재 이 정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 가능한지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왼쪽 두 번째)이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 국정과제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2004년 헌법재판소는 우선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적 사안이라 보았다. 성문헌법에 담아내지 못하는 내용을 관습헌법으로 담고 있고,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조선왕조 개국 이후 600년간 지속된 관행으로 <경국대전>에도 실려 있으며, 국가의 중요한 사안이기에 헌법적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관습헌법도 헌법이기에 수도 이전을 위해서는 개헌 요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우선 관습헌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문이고, 서울이 수도라는 관행이 헌법적 당위를 띤 사안인지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간단히 생각해도 <경국대전>의 ‘한성부’는 현재 서울 영역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 서울이 아닌 곳에 국회의사당과 주요 관공서를 위치시킨 것은 위헌인지, 1000년 넘게 수도였고 이름도 수도를 의미하는 ‘서라벌’로는 이전할 수 있는지, 애초에 ‘수도’라는 것은 행정의 중심 도시라는 뜻으로 이를 특별히 법률로도 정하지 않은 국가가 다수인데 이것이 헌법적 사안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헌재의 당시 결정에 대해 학계·법조계 비판의 소리가 높다. 지금의 헌재라면 다른 판단을 했을 것이라 보는 사람들도 많다.

행정수도 이전을 하려면 국회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만들어 시행하면 된다. 만약 법안의 명칭이 2004년과 동일하게 ‘신행정수도 이전’이라면 위헌의 소지가 있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명칭만 다르다면 일단 위헌은 아니므로 우선 특별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누군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이후 받으면 된다. 이 판단의 내용은 2004년과 달라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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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다만 행정수도 이전이 법리적으로 가능한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것이 적절한 정책인지는 불분명하다. 이미 세종시에 많은 기관이 내려간 상태다. 세종시 집값은 이제 서울 일부 지역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종에 공급된 가구가 상당한데 이것이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의문이다. 위헌결정 이후 ‘서울불패론’으로 서울 집값이 외려 행정수도 계획 이전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던 것을 감안할 때,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정책을 꺼냈다가 실패할 경우 부동산 가격 안정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즉 행정수도 이전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단기적 목표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로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시도해야 할 정책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