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에세이]석창포는 어떻게 집중력을 높여주나

올해 수능이 한달 늦춰져서 수험생들이 건강관리에 더 조심하는 것 같다. 한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학원과 독서실을 왕래하던 활동마저 줄어들었다. 집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호소하는 공통 증상이 있다. 바로 배가 더부룩하고 늘 체기가 있는 느낌, 그리고 멍해지는 정신혼몽이다. 수험생은 물론 직장인도 집중력을 높이는 약을 찾아오는데 총명탕이나 공진단같이 널리 알려진 처방명을 직접 말하기도 한다.

석창포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으며 마디가 많고 마디 밑 부분에 수염뿌리가 많이 내린다. 뿌리줄기는 진정·건위·이뇨작용과 함께 항진균 작용 등이 있어서 한약재로 쓴다. / 위키피디아

이럴 때 조용히 처방전에 적어두는 약재가 천남성과에 속한 다년생 초목인 석창포의 뿌리줄기다. 석창포는 개규약(開竅藥)에 속한다. 구멍 규(竅)란 눈 두개, 콧구멍 두개, 귀 두개, 입 하나 이렇게 하여 칠규(七竅)를 뜻한다. 대소변의 소통을 포함해 구규(九竅)라 칭하기도 한다. 주된 효능이 열려야 할 구멍의 순환을 원활히 해 답답증을 없애고, 정신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에 “성질이 평하거나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은 없다. 심장의 구멍을 여는 심혈관계의 순환력을 원활히 해 오장육부를 안정시키고, 구규를 통하게 한다. 눈과 귀가 특히 밝아지고, 목소리가 잘 나오게 된다. (중략) 잘 잊어버리는 것을 치료하는 데 탁월해 지혜롭게 하며, 명치가 아픈 것을 멈추게 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에서 특이한 문장이 있다. 정신을 맑게 하는 것까지는 이해하는데, 갑자기 명치 통증이 왜 나올까. 석창포가 어떻게 사람의 머리를 맑게 하고, 집중력을 높여주는지 알면 이 말이 이해가 된다. 체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배가 뭉치고, 더부룩하고, 구역감이 올라오기도 하고, 누가 말을 시켜도 집중이 안 된다. 이럴 때 공부하라고 글씨를 보여주면 멀미하듯 어지럽고, 눈 뜨기가 힘들다. 늘 체기가 있는 수험생이라면 어떨까.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 석창포는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의 이상 발효를 억제해 가스 차오름을 완화시킨다고 나온다. 곧 장관의 평활근 경련을 감소시켜 진정시킨다. 복부의 가스가 줄면 오래 앉아 있어도 기혈순환이 편안하고, 그것만으로도 지구력은 높아질 수 있다. 한의학에서 답습저체형이란 담적증같이 비위 노폐물이 많고,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겁고 축 처진 습기가 그득한 이를 뜻한다. 석창포는 이러한 탁한 습기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향기가 좋은 약재들이 이런 역할을 많이 한다.

종종 환자가 ‘마음이 체했다’는 표현을 할 때가 있다. 큰 충격을 받거나 오랜 갈등상황에 심리적으로 체할 수 있다. 이런 마음 상태는 곧 긴장감을 높이고 교감신경을 과흥분시킨다. 이로 인해 위장관 연동운동이 느려지고, 복부에 가스가 그득 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하거나 배가 더부룩하고 아픈 이유가 그것이다. 과식해서 체하면 운동도 하고, 음식 조절을 하면서 관리한다. 마음이 체했을 때도 관리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특정 음식에 약한 것을 아는 것처럼 내가 어떤 관계 혹은 상황에 약한가를 아는 것은 거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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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