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본 세상]언성 신데렐라: 병원 약사 아오이 미도리

미래에는 약사란 직업이 없어지는 거 아냐?

갈수록 사회와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또 어떤 것은 사라져 버린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상담을 오랫동안 해온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는 저서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에서 지금 청소년 세대는 ‘미래에 지금 직업이 다 없어질 수도 있으니 지금은 특별히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공포는 상당히 클 것이다. 만화 <언성 신데렐라: 병원 약사 아오이 미도리>(이하 언성 신데렐라)의 주인공 아오이 미도리도 그런 걱정을 한다. ‘어쩌면 약사란 건 필요 없는 거 아냐?’

아라이 마마레 작가의 <언성 신데렐라: 병원 약사 아오이 미도리> 한국어판 표지 / 대원씨아이

아오이 미도리는 대학에서 6년간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국가시험을 쳐서 약사 자격을 땄다. 그리고 종합병원 내 약제부에 취업했는데, 그녀의 역할이라고는 의사가 내린 처방에 맞게 환자에게 약을 건네주는 것뿐이다. 우리가 약국에서 약사에게 기대하는 모습도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다. 나라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일본과 한국은 의약분업이 되어 있어 의사가 진료와 처방을 내리고 약사는 그것에 맞게 약을 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누가 보아도 금방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약사는 항상 미래에 사라질 직업에 언급되곤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전까지 약국이 1차 의료를 담당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프면 일단 약국을 찾아 약을 처방받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 병원에 가는 것으로 여겼다. 근처에 병원이 없는 지역에는 아직도 의약분업 예외 약국이 있지만, 대부분은 과거보다 약사의 역할이 단순해 보인다. 정말 그럴까. 이미 우리나라와 일본·중국 등 여러 곳에서 조제 자동화기기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을 써본 약사들은 자동화 기계가 단순한 업무를 대신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약사 본연의 임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언성 신데렐라>는 그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아오이 미도리는 의사가 내린 처방에 문제가 있다면 끝까지 다투어 오류를 수정한다. 그리고 어린 환자들이 좀 더 쉽게 약을 먹을 수 있도록 대책을 찾아내기도 하고, 정해진 방식으로 복약하지 않는 환자를 가려내기도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약을 줄이거나 거부하는 환자에게 다가가 최선의 방법을 찾아주기도 하고, 복약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개인의 일상에 녹이는 방식을 고안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약사와는 역할과 권한의 차이가 있어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약사의 역할이 단순히 약을 포장해 주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만화로 본 세상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 손님이 “두 시간 동안 줄을 섰는데 왜 두 장밖에 안 주느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다른 손님은 이미 품절된 마스크를 내놓으라며 소리쳤다. 이런 상황이 하루종일 이어졌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이어졌을 것이다. 그들에게 영상 속의 약사는 오히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미안하다고 했다. 굉장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약사의 그 반응은 유례없는 감염병이 두려워 엉뚱한 곳에 화를 내는 이들의 심정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처방에 없는 ‘약’이었을 것이다. 그 언젠가는 그날이 오겠지만, 약사가 사라질 미래는 생각보다 조금 더 멀리 있구나 싶었다.

<황순욱 초영세 만화플랫폼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