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뭉클> 外

세상의 ‘온도’를 보여주는 사진들

<뭉클> 강윤중 지음·경향신문사·1만5500원

사진기자는 보통의 취재기자보다 현장을 더 자주 찾는다. 사진은 가지 않아도 듣고 쓸 수 있는 글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장에서 듣고 느낀 것들이 팔딱팔딱 뛰는 이야기가 되어 사진과 함께 실렸다. 사진은 때로 세상의 ‘온도’를 보여준다. 단식 농성하는 세월호 유족은 헐거워진 바지춤과 나뭇가지같이 야윈 몸을 보여준다. ‘너의 슬픔을 증명하라’는 세상의 냉혹함에 저항하듯. 하지만 제목대로 ‘뭉클’함을 느끼게 하는 장면도 많다. 탈시설 장애인 커플의 미소, 각자가 찍은 세월호 관련 사진을 ‘십자가’처럼 들고 행진한 사진가들, 부당해고를 고발하기 위해 굴뚝 위에 올라간 노동자들.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읽히는 사진들이다. 작가는 식량에 손을 뻗는 난민을 찍을 때처럼 사진 찍히는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상황을 미안해한다. 그런 마음은 ‘좋은 사진은 결과이기 전에 과정’이라는 신념이 됐다. 작가는 또한 “알지 못하면서 찍고 써야 한다는 건 늘 두려운 일”이라고 한다. 기록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가져야 할 자세다.

▲재밌어서 술술 읽히는 경제 교양 수업 | 박병률 지음·메이트북스·1만6000원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잔망스러운’ 소녀는 소년이 볼 때만 물장난을 친다. 남이 본다고 생각하면 딴 행동을 하는 ‘호손 효과’다.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대량생산체제를 의미하는 포드기원(T기원)을 사용하는 ‘포디즘’이 지배하는 세계를 그렸다. 문학 작품의 배경과 주인공의 말과 행동 속에는 알게 모르게 경제의 원리와 역사가 숨겨져 있다. 그래서 대중에 친숙한 문학 작품은 경제 논리를 설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경제 전문기자인 저자는 문학에 담긴 이야기를 실마리 삼아 쉽고 재미있는 경제학의 세계로 이끈다.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김성우·엄기호 지음·따비·16000원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 영역에서 한국의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아이가 스마트폰만 본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저자들은 이를 문해력의 위기라고 봐야 할지, 미디어 변화가 인간의 사고를 어떻게 바꾸는지, 리터러시를 시장이 아닌 공공의 인프라로 높일 방법은 무엇인지 논의한다.

▲이것은 성교육 책이 아님 | 추시타 패션 피버 지음·김부민 옮김·내인생의책·1만6000원

제목과 달리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책이다. 연애할 때,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어떤 자세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그리고 연인과 섹스는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시시콜콜하게 알려준다. LGBTQI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얄타 | 세르히 플로히 지음·허승철 옮김·역사비평사·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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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회담은 20세기의 가장 비밀스러운 평화회담으로 꼽힌다. 루스벨트·처칠·스탈린은 이 회담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낸다는 명분으로 많은 국가의 운명을 편의적으로 결정했다. 이 책은 지정학적 야망과 자존심, 체제 경쟁이 협상 내내 치열하게 드러났던 얄타회담의 전후를 추적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