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내 집에 갇힌 사회 外

주택 투기, 특정층만의 문제인가

‘내 집 마련의 꿈’은 시대를 반영한 표현이다. 집 없이 전세나 월세, 고시원을 전전하는 청년부터 노년까지 전 연령대의 무주택자들에게 더는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내 집이 절박하다. 과거 경제성장기에 혹독했던 재개발 과정에서 살던 셋방을 강제로 떠나야 했던 기억이 떠오르거나, 그때 분양권 하나로 집을 마련한 누군가가 처음 집값보다 곱절이 넘는 차익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이 꿈은 인생의 목표로 굳어진다. 책은 이런 꿈이 만들어진 배경을 살피는 한편‘내 집’이라는 한계에 갇힌 주거문제의 해법을 찾는다.

<내 집에 갇힌 사회> 김명수 지음·창비·2만2000원

집을 장만하려는 꿈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지탱하는 한국인 특유의‘생존주의 주거전략’이기 때문에 단순히 탐욕의 문제로 치부해 비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저 시장 또는 정부에 맡겨둘 수도 없다.‘집값 불패’신화가 나름의 역사를 가지게 되면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받아‘똘똘한 한 채’를 유망지역에 소유하려는 전략은 최근 자산증식을 염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상언어처럼 통용되기 시작했다. 저자는‘투기’가 결코 특정 소수의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한편,‘내 집’이 생활 장소에 그치지 않고 시민의 배타적 생계수단으로 자리 잡은 내력을 조명한다.

주거문제를 깊게 들여다본 이전까지의 논의가 대체로 투기문제를 중산층이나 투기꾼 등 특정 주체의 반사회적 행동으로 바라본 데 비해 이 책은 현실 속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복잡다단한 투기 열망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장만하는 청년층, 이미 실제 거주에 애로가 많지만 재건축 보상을 노리고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자들 등‘생존’을 위해 집값 상승을 노리는 전략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