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농경의 배신 外

‘길들이기’에 맞선 국가 밖 집단

<농경의 배신> 제임스 C. 스콧 지음·전경훈 옮김 책과함께·2만2000원

책의 부제로 쓴 ‘길들이기, 정착생활, 국가의 기원에 관한 대항서사’라는 표현이 내용을 더 잘 드러내준다. 미국 예일대 교수인 저자는 줄곧 국가가 만든 경계 바깥에서 체제에 편입되지 않는 자주적인 집단을 연구해 왔다. 이 책에서는 그 시각을 인류의 정착생활과 농경 그리고 국가 형성이 시작된 시기로 돌린다. 인류학과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찾은 근거를 바탕으로 국가가 처음 형성되던 당시 국가 안으로 ‘끌려간’ 집단보다 국가 밖으로 탈주한 집단이 삶의 만족도가 높을 때도 많았다는 점들을 제시한다. 곡물에 기반을 둔 농경사회는 국가가 나타나도록 이끌었지만 당시의 국가는 대체로 사회계약론의 가설처럼 자발적인 조직이기보단 강압적으로 ‘국민’을 모아 농업 생산에 투입하고 전쟁에도 동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농경국가들이 중점적으로 ‘길들인’ 것은 농경·목축의 대상이 되는 동·식물만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었다. 그런데 초기 국가는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인구집중 과정에서 전염병과 토양의 염류화, 노예를 활용한 강제노동과 착취 등 구성원들에게 오히려 막심한 손해를 입히는 시행착오를 교정할 능력이 없었다. 위기에 취약한 초기 농경국가들은 자주 흔들렸고, 많은 이들이 국가 바깥에서 더 나은 삶을 찾을 수 있었기에 스스로 ‘야만’을 선택하기도 했다. 야만인이라 불렸던 ‘비국가 민족’, 체제를 벗어나 다른 삶의 전략을 택하는 집단에게서 오랜 과거부터의 역사적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는 현대 대도시 위주의 정착생활만이 인간의 본성이자 문명의 첨단이라고 인식하는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세금을 내는 대신 보호를 해준다는 국가의 길들이기에 맞서서 통치 체제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현대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은 ‘오래된 미래’의 한 단면이기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