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거래된 정의 外

재판 거래 피해자들의 목소리

양승태의 판결은 한결같이 권력 친화적이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의 말처럼 강자엔 약하고, 약자엔 강했다. 고교·대학 선배인 김기춘이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자 판결로 이를 정당화했다. 제주지법에서도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이들을 외면한 채 간첩죄로 중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후에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그를 고문했던 경찰도 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양승태를 비롯한 판·검사들은 처벌을 받기는커녕 사죄도 하지 않았다.

양승태는 상고법원을 대가로 전교조, 쌍용차, 국정원 선거개입 등 박근혜 정권에 불리한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뒤집었다. 국가배상의 청구 시효를 종래의 3년에서 6년으로 줄인 결과 인혁당 재건위 피해자들은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음에도 보상은커녕 오히려 하급심에서 인정받은 배상금을 토해내야 했다. 그의 판결이 지나간 자리엔 세상을 등진 KTX 승무원,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있었다. 책은 이들 재판 거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았다.

▲미세먼지 클리어 | 강양구·김상철·배보람·이낙준·이유진 지음·아르테·1만원

미세먼지는 사회 정의의 문제다. 물건과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는 부자들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함에도 현실에선 위기에 적응할 금전적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더 많은 피해가 돌아간다. 게다가 미세먼지 문제는 기후변화라는 더 큰 위기의 하나에 속할 뿐이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대기정체로 미세먼지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책은 미세먼지의 책임을 중국에만 돌릴 것이 아니라 도심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차 퇴출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