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外

신약의 탄생 과정과 문제점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도널드 커시·오기 오거스 지음·고호관 옮김 세종·1만7000원

오랜 옛날 선사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신약 사냥꾼이었다. 기생충과 고질병을 안고 살던 우리 조상은 눈에 띄는 대로 식물의 뿌리와 잎을 씹어 먹으며 예기치 않게 병을 낫게 해주는 효과가 생기기를 기대했다. 동시에 이런 분별없는 실험으로 죽지 않기를 기원했다. 이런 순수한 혜택 덕택에 몇몇 운 좋은 신석기시대 사람은 약효가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 아편, 알코올, 스네이크루트, 노간주나무, 유향, 커민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발견된 신약물질이다. 인류는 질병이 등장한 이래 계속 치료약을 찾아 헤맸다. 신석기시대 미라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자작나무버섯은 편충 치료제로 밝혀졌다. 이 같은 마구잡이 채취 시절을 거쳐 현재 바이오 기업을 통한 신약 개발이 성공할 확률은 0.1%다. 페니실린, 아스피린, 인슐린 등 우리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치료제가 된 이 약들은 오랫동안 어려운 연구과정을 거쳐 실용화된 ‘꿈의 약’인 셈이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약을 개발해낸 사람들을 ‘약 사냥꾼(drug hunter)’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과학자이면서도 돈을 좇는 탐험가이기도 하다. 약 사냥꾼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알 수 없는 위험에 반드시 자신을 노출해야 한다. 더 빨리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에게 투약하다 숨지거나 몸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다. 제약산업 최전선에서 35년간 근무하며 24개의 제약 관련 특허를 보유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각 분야의 원조가 된 의약품이 탄생한 과정을 자세히 서술한다. 저자는 또한 거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바이오 산업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정행위와 문제점 등을 비판하면서 ‘돈이 될 만한’ 신약 연구에만 뛰어드는 제약회사들에 대한 비판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