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에스에프 에스프리 外

SF 장르 제대로 읽기 가이드

<에스에프 에스프리> 셰릴 빈트 지음·전행선 옮김·아르테·2만원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 SF는 과학과 기술의 언어를 동원해 상상력을 넓힌 장르다. 그래서 앞으로 나타날 수도, 혹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세계와 경험을 낯설게 그려 낸다. 한때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SF 불모지’라는 한탄이 나올 정도였던 한국에도 어느새 SF 붐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SF를 어렵고 막막한 분야로 생각하는 분위기 역시 없지 않다. 이 책은 이제 막 SF 장르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어떤 생각의 틀을 준비하고서 읽으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지 안내하는 장르 가이드다. 하지만 단순히 사전지식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몇 가지 주요 열쇳말을 통해 더 깊이 상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열성 SF 독자들에게도 전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책의 1·2장은 SF라는 장르가 이뤄진 배경과 역사, 당대 사회현실 및 과학적 수준 등을 다룬다. 초기 SF 작품이라 할 만한 쥘 베른, H. G. 웰스 등의 작품세계로 안내하는 한편 빠르게 변하기 시작한 세계 속에서 과학과 SF란 어떤 것인지를 고민했던 역사도 보여준다. 3장부터 이어지는 장들에는 ‘인지적 소외’, ‘메가텍스트’, ‘실천공동체’ 등 저자가 여덟 가지 개념으로 정리한 SF문학의 특성과 시사점을 통해 각각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작품을 비평한 내용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예컨대 ‘인지적 소외’란 잘 알지 못했거나 새롭게 보지 못했던 대상을 마주하게 되면서 느끼는 즐거운 체험과 지적인 자극, 섬뜩한 느낌 등의 복합적 인상을 가리킨다. SF는 알 수 없으며 새롭고, 두렵기까지 한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지만 과학과 문학의 상상력을 버무려 독자를 몰입하게 이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이 상상력이 뿌리내리고 있는 곳은 당연히 동시대인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기에 SF 작품들은 현실에서 절감하는 한계와 문제점을 생생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절묘한 대안을 발견할 때도 SF 독자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