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노블컬과 무비컬의 융합 ‘레베카’

“레베카 / 지금 어디에….”

뮤지컬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서며 사람들이 모두들 흥얼거린다. 극중 덴버스 부인이 노래하는 선율이다. 사실 그만두려고 해도 자꾸 입가를 맴도는 선율이 도무지 잊혀지질 않는 별난 체험을 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뮤지컬 넘버에 중독성이 있다고 해도 과한 표현은 아닐 듯싶다.

2017년 뮤지컬 ‘레베카’의 앙코르 공연이 화제다. 대부분 영미권 작품들이 흥행과 인기를 끄는 우리나라 공연가에서 특이하게 오스트리아 제작진이 주축이 된 이 작품은 여러 차례 앙코르 무대를 꾸미며 명성을 이어왔다. 이웃 일본을 거쳐 국내에 유입된 경로가 조금 이색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21세기 글로벌 문화시장에 불고 있는 뮤지컬의 다변화와 세계화를 반영하는 것 같아 흥미롭다.

EMK제공

뮤지컬 속 이야기가 처음 세상에 선보인 것은 1938년에 발표된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서였다. 영국의 여류작가인 데프니 듀 모리에가 발표했던 베스트셀러로 28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하며 영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글로벌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원작 소설보다 스릴러 영화의 대가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40년 제작한 동명 타이틀의 영화 덕분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아더왕의 전설이나 에덴 프로젝트로 유명한 영국의 남서부 시골마을인 콘월 지방의 상상 속 전원저택 멘덜리를 배경으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안주인 레베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 스릴러가 전개된다. 영화는 히치콕 감독에게 첫 오스카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은 노블컬이라 부르고, 영화가 원작이면 무비컬이라 부른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뮤지컬 ‘레베카’는 소설과 영화를 모두 적절히 반영한 경우라 노블컬과 무비컬의 복합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활자의 무대화가 주는 재미와 영화의 뮤지컬화가 선사하는 묘미가 적절히 버무려져 관객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초연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유명한 대형 공연장인 라이문드 극장에서 올려졌는데, 무려 3년여 동안이나 장기 흥행을 기록했다. 결국 첫 공연의 흥행은 독일어권 시장으로의 확대를 가져왔고, 핀란드나 일본, 우리나라 등지로까지 번안무대가 수출되는 전지구적 확장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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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스크린에서 전개됐던 히치콕 특유의 어두운 뒷맛을 담은 등장인물들과 소설 속의 고즈넉한 저택은 무대에서는 온갖 종류의 영상과 무대장치 그리고 감탄을 자아내는 특수효과로 꾸며진다. 오스트리아나 일본에서의 무대를 경험했던 관객이라면 국내로 소개되면서 이 뮤지컬이 얼마나 효과적인 시각적 변화와 치밀한 완성도를 더한 것인지 여실히 실감할 수 있다. 소극장 뮤지컬이었던 일본은 차치하고, 화려한 저택의 화재를 실감나게 보여줬던 유럽 버전들과 비교해 봐도 우리 무대가 이뤄낸 완성도와 ‘보는’ 재미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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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대에선 출연진의 변화도 눈에 띈다. 옥주현, 신영숙 등 기존 배우들도 여전히 훌륭하지만 특히 정성화와 루나, 그리고 발군의 가창력을 선보여온 김선영의 가세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이슈다. 이미 특정 캐스트의 무대는 표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궁금하다면 서두르는 편이 좋겠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