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색다른 영 어덜트 소설의 영화화

제목 7번째 내가 죽던 날 (Before I Fall)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99분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감독 라이 루소-영

출연 조이 도이치, 할스턴 세이지, 엘레나 캠푸리스, 로건 밀러

개봉 2017년 5월 3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여류소설가 로렌 올리버의 처녀작인 <비포 아이 폴(Before I Fall)>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잠시 출판편집자로 일한 경력을 지닌 그녀가 26세에 내놓은 이 작품은 발표 직후 평단과 독자에게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국내에도 이듬해인 2011년 지금의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이후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녀는 판타지 계열의 작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데, 이 작품의 영화화에는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원작소설은 크게 ‘영 어덜트 소설(Young Adult Fiction)’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영 어덜트 소설이란 원래 청소년이나 20대 초반의 독자들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작품들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연령대를 초월한 인기와 파급력이 출판업계뿐 아니라 관련된 문화산업 전반을 지탱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확장된 지금은 애초의 단어적 규정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국내에선 영 어덜트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트와일라잇>, <헝거 게임>, <메이즈 러너> 같은 공상과학이나 액션물의 인식이 강하지만 서브장르의 종류도 꽤나 다양하고 폭넓다. <7번째 내가 죽던 날> 역시 기본적으로는 젊은 독자층이 만족할 만한 요소에 충실하면서도 그동안 SF의 단골소재였던 타임 루프(Time Loop)를 등장시키고 여기에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섬세하고 철학적인 시선까지 녹여내어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냈다.

자상한 부모, 잘나가는 친구들, 모두가 부러워하는 잘생긴 남자친구까지 있는 여고생 샘(조이 도이치 분)에게 얼마 남지 않은 학교생활은 꿈결 같다. 흠모하는 사람에게 장미를 선물하는 ‘큐피트 데이’인 오늘은 오랫동안 망설였던 남자친구와 첫 경험을 약속한 날이기도 하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아침 햇살에 눈을 뜬 샘은 평소처럼 등교준비를 하고 친구 린제이(할스톤 세이지)의 차에 올라 집을 나선다. 하지만 오늘이 그녀 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 그리고 계속해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이 되리란 사실은 알지 못한다.

원작소설이 지닌 장르적 특징과 흔적들은 영화 곳곳에서도 발견된다. 젊은 등장인물들의 일상에 밀착돼 펼쳐지는 이야기는 예쁜 화면, 경쾌한 편집, 감각적 음악이 어우러져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반복되는 하루라는 흥미롭지만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한계 역시 주인공의 심리변화에 따라 다채로운 관점과 과감한 편집을 통해 매번 새롭게 묘사된다.

이러한 영화적 결과는 연출을 맡은 라이 루소-영의 섬세한 재능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녀의 전작 <노바디 웍스>(Nobody Walks·2012)는 매력적이고 활력적인 이방인의 등장으로 각자의 숨겨왔던 욕망에 눈뜨게 되는 한 가족의 위기를 다루고 있다. 감독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감수성으로 위기와 권태에 놓인 인물들의 일탈과 극복을 예리하고 따뜻하게 스크린 위에 그려낸다.

터치스크린

나이가 있는 관객이라면 모처럼 스크린에 모습을 보인 제니퍼 빌즈의 얼굴도 반가울 것이다. 과거 <플래시 댄스>,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등을 통해 청순한 얼굴과 관능적 몸매로 남성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녀는 혼란스런 상황의 주인공 샘이 결정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인자한 엄마 역할로 등장해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