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어둡고 쓸쓸한 성장 느와르

폴룩스(주)바른손

제목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The Merciless)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20분

장르 범죄, 액션, 드라마

감독 변성현

출연 임시완, 설경구, 김희원, 전혜진, 이경영, 김성오

개봉 2017년 5월 18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같은 시기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등장하는 경우는 의외로 빈번히 목격된다. 경쟁해야 하는 관계자들이야 애가 타겠지만 관망하는 입장에서는 비교해보는 재미가 특별하다. 최근 한국영화계는 남성배우들의 활약에 의존하는 모양새가 두드러진다. 특히 두 명의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태가 오랫동안 유행 중인데 이런 작품들을 설명하고 수식하기 위해 사용되는 ‘브로맨스’(brother와 romance를 조합한 신조어)란 단어도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아무래도 남자들의 이야기들이다보니 사회부조리를 담은 범죄, 스릴러, 액션물이 주를 이루는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역시 조직의 패권을 쥐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악인들과 이를 뒤쫓는 경찰들의 대립을 그린다. 얼마 전 개봉한 <조작된 도시>, <프리즌>에 이어 또다시 교도소가 이야기의 중요한 무대로 등장하고 있다는 유사점은 관객에 따라 식상할 수도 흥미로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정통 건달이 아닌 마약사범 출신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비범한 카리스마와 동물적 판단력으로 교도소를 평정해 일인자로 군림한 재호(설경구 분)는 출소 후 자신이 몸담고 있던 범죄조직 오세안 무역을 집어삼킬 계획을 차분히 진행 중이다. 그런 재호에게 얼마 전 갓 수감된 어린 신참 현수(임시완 분)가 눈에 띈다. 겁 없고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재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얼마 뒤 현수는 반대파의 공격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된 재호를 돕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둘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이후 여러 사건을 겪으며 두 사람의 신뢰는 더욱 두터워지고 출소 후 협력해 조직의 두목(이경영 분)조차 위협하는 막강한 실세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하지만 숨겨졌던 과거가 하나둘 드러나며 둘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하고 점점 흉측하게 일그러진다.

젊은 감독 변성현은 그가 즐기는 범상치 않은 패션만큼이나 확실한 개성과 감각이 녹아든 작품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한당>을 준비하면서는 한 편의 만화를 보는 듯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이를 위해 오랜 시나리오 작업과 3개월에 걸친 콘티작업 등 철저한 사전작업에 유독 공을 들였다. 단순히 미술, 편집이나 액션 같은 볼거리뿐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나 인물 간의 관계 같은 내부적 요소까지 영화 곳곳에서 이런 노력의 흔적들은 발견된다. 특히 주인공 재호와 현수의 유대와 교감은 우정을 넘어서 이전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영화보다 끈끈하고 강렬하게 다가와 브로맨스란 단어를 제대로 실감케 한다.

건달 재호와 여경찰 천 팀장은 격렬하게 대립하지만 마치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좌우에 배치된다. 이들은 그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현수가 살아남기 위해 극복해야 할 필연적 관문이자 분노의 대상이며 고통이고 슬픔이다. 그래서 처절한 생존에 관한 이야기인 <불한당>은 결국 어둡고 쓸쓸한, 거시적 관점의 성장영화로 규정된다.

터치스크린

이런 주제는 극중 현수를 연기한 배우 임시완에게도 현실적으로 투영되어 보인다. <변호인>, TV 드라마 <미생> 등을 통해 이전까지 여리고 온화한 이미지가 크게 남아있던 그는 <불한당>을 통해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드세고 강인한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보다 넓은 스펙트럼의 배우임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