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거장의 철학적 성찰, 걸작까지는…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목 에이리언: 커버넌트

원제 Alien: Covenant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캐서린 워터스턴, 빌리 크루덥

러닝타임 113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7년 5월 9일

영화의 전작, <프로메테우스>를 리뷰하면서 필자는 이 영화를 <에이리언>의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로 보기에는 뭔가 하나 더 잇는 고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프리퀄의 프리퀄’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선보인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바로 그 중간을 잇는 고리다.

여전히 이 거장(리들리 스콧)은 자기 작품에 대한 변주를 하고 있다. <에이리언>에서 시고니 위버가 취했던 전략(함선을 휘젓고 다니는 제노모프를 진공상태인 우주로 날려버린다)은 이미 18년 전(1979년 작 <에이리언>의 배경은 2122년이고,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2104년이다) 커버넌트호에서 ‘여전사’ 다니엘스가 떠올려 실행한 방법이다. 외지의 인터뷰를 보니 감독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을 잇는 프리퀄을 이 작품 말고도 2∼3편 더 만든다고 했는데, 굳이 만들지 않더라도 이야기의 얼개는 이제 거의 나왔다.

이 코너에서 <프로메테우스> 리뷰는 필자만 쓰지 않았다. 영화평론가 허지웅씨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는 왜 걸작인가’라는 글을 보내와 바로 다음 주에 실었다. 그는 에이리언 시리즈가 장르에 충실한 오락영화라면, 프로메테우스는 ‘얼핏 장황할 정도로 야심찬 문학에 가깝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내년이면 80세에 접어드는 이 노장 감독은 이번 영화 초반에만 잠깐 얼굴을 비치는 웨이랜드 사장(가이 피어스 분)과 그의 피조물 월터,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가 1인2역)의 입을 빌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수천 년 이어 내려온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풀어가는 방식도 쉽다. 전편에서 ‘감정을 갖지 않는 로봇’이라고 주장하는 데이빗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독학을 통해 넘어선다. 철학적으로 말한다면 존재론의 인식론적 전환이다. 스포일러성이라 두루뭉술하게만 거론하자면 그는 자신의 ‘설계자’의 의도를 넘어서 창조자의 창조자, ‘엔지니어’들의 고향을 파괴하는 절대존재가 된다. ‘신은 죽었다’는 선언을 넘어 적극적인 살해자로 거듭나는 피조물. 회의를 넘어선 확신이다. 인상적인 것은 인류(아버지)를 대체하는 더 우월한 절대파괴자(에이리언 또는 제노모프)의 창조에 이르기까지 결론에 도달하는 데이빗의 논리 전개다. 더 이상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성의 다른 얼굴은 광기이지만, 그건 역시 인간 중심주의적 판단이리라. 자신의 창조자를 살해하는 이 피조물이 그 지루한 시간을 견디는 ‘인생노래’로 선택하는 것이 바그너라는 것도 의도된 배치다.

터치스크린

정리하자. 80 인생에 감독이 도달한 철학적 성찰이 영화에 담겨 있는 건 분명하지만 여전히 걸작이라고 칭송하기엔 걸리는 대목이 없지 않다. 전작 <프로메테우스>를 본 사람들이라도 영화만 보면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가질텐데, 그것은 영화의 몇몇 설정들이 본편에는 이야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의 프롤로그격인 <에일리언 커버넌트: 최후의 만찬>을 보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4분36초짜리로, 인터넷에 친절하게 한글자막까지 달려 공개되어 있으니 영화 시작 직전쯤에 좌석에 앉아 보면 될 듯싶다. 인터넷에 보면 프롤로그 영상이 하나 더 있는데, 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프로메테우스호가 파괴된 후, 엘리자베스와 데이빗이 스페이스 자키를 고쳐 엔지니어들의 별을 찾아간다는 영상이다. 이것도 봐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