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본 세상]「안녕, 외롭고 수상한 가게」-현실 속 자영업도 「윤식당」처럼 행복했으면

순전히 지인들의 호의에 기대는 것 외에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공동체는 없었던 것이다. 회사라면 경영지원팀, 법무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자영업자는 스스로 그 모든 역할을 해내야 한다.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아름다운 이국의 해변가에 선베드와 파라솔을 줄 지어 놓고, 파인애플 주스와 불고기 라이스를 파는 <윤식당>의 노점은 반짝거린다. 노점을 채운 정유미, 이서진, 윤여정의 존재감 때문만은 아니다. <윤식당>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로 달리는 아침 출근길, 로컬 마켓에서 여유롭게 과일을 고르는 장보기 등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시간들이 그림같이 표현된다. 거기에 더해 손님이 없으면 장사를 일찍 접는 등 다소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윤식당>을 확실히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든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도 ‘윤식당’ 같으면 좋으련만, 우리나라는 OECD 가입 국가 중 4번째로 자영업자가 많은데도 자영업자가 안락한 나라는 결코 아니다.

최임수 작가의 만화 「안녕 외롭고 수상한 가게」의 한 장면. / 레진코믹스

젊은 여성 혼자 자영업을 한다는 것은

<윤식당>의 자영업은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데 ‘헬조선’의 자영업은 그야말로 지옥불에 가깝다.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하는 웹툰 <안녕, 외롭고 수상한 가게>는 한 청년의 카페 창업기로, 이런 ‘지옥불’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한다. 카페 창업의 기본 조건은 ‘자리’다. <안녕, 외롭고 수상한 가게>의 주인공 ‘임수’가 자영업을 배우기 위해 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장이 계속해서 강조하던 것도 ‘자리’였다. 하지만 목 좋은 자리는 비싼 월세를 요구한다. 결국 돈이 돈을 부르는 셈이다.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으니 결국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하게 되지만, 그다지 좋지 않은 자리에서 시작한 대가는 또 참혹하다.

첫날 매출 0원, 첫 달 매출 60만원.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나면 마이너스를 찍는 금액이다. 돈과 더불어 사람도 고통을 안긴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오지랖까지 산 듯 무례한 언행을 하는 진상 손님들, 술 취해 들어와 ‘임수’를 아래 위로 훑어보며 음식쓰레기를 버리듯 내맡기고 간 아저씨. 심지어 웃으며 응대했다고 자기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냐고 묻던 청년도 있다. 가게 앞에 떡하니 무단주차를 해놓고 차 빼라고 전화하니 적반하장으로 욕설을 내뱉던 사람은 정작 ‘임수’의 남자친구 앞에서 아무 말 못하고 차를 뺐다.

여성이 홀로 자영업을 할 때 부딪혀야 하는 온갖 성희롱과 성추행, 쉽게 던지는 무례한 요구들이 ‘임수’를 나날이 괴롭게 한다. <윤식당>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다. 물론 <윤식 당>도 마냥 순탄하지는 않아서, 촬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행정조치로 가게를 철거해야 하는 고초에 부딪힌다. 하지만 촬영을 위해 관련 부처에서 윤식당 철거를 가장 나중으로 연기해주었고, 결국 철거를 하게 된 때에도 2호점으로의 이사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한다. 2호점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빛이 잘 들지 않고 먼지 쌓인 점포였지만 미술감독과 스태프들이 밤늦게까지 달라붙어 완전히 새로운 가게로 탈바꿈시킨다. 윤식당 멤버들이 오로지 음식과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공동체가 있어, 비로소 이들의 ‘행복한 자영업’이 완성된다.

본인의 실제 창업 경험을 만화로 그리는 작가는 다양한 '진상' 손님 응대와 가게 영업 부진의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 현실을 토로한다. / 레진코믹스

‘피자 연합’과 같은 도전은 계속돼야

반면 <안녕, 외롭고 수상한 가게>의 ‘임수’는 매 화마다 고민하고 자책하고 혼자서 문제를 풀어낸다. ‘임수’는 진상 손님을 대하면서도 ‘내 속마음이 얼굴에 나타나서 그걸 보고 손님이 오지 않을까봐 걱정하고, 소문이 나쁘게 나서 장사가 안될까봐 눈치보고, 항상 시험 받는 것 같은 끝을 모르는 외줄’을 타는 기분이라며 괴로워한다. 또한 가게를 알아보러 다니다가 부동산에서 사기를 당하고, 카페를 개업한 이후에도 갑작스레 부도난 커피 원자재 가게 때문에 돈을 두 배로 물게 됐다. 일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곤궁에 처했지만 그녀를 도와줄 곳은 없었다.

자영업자에게도 나PD의 촬영팀과 같은 공동체가 필요하다. 대비할 수 없는 돌발적인 상황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출범된 피자 협동조합 ‘피자 연합’은 걸출한 시도다. 피자 연합의 대표는 대기업 피자 브랜드의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이었다가 더 이상 대기업의 횡포에 시달릴 수 없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협동조합을 세웠다고 한다. 좋은 취지로 설립되었고 나름대로 규모가 커지고 있었지만, 대표였던 그는 프랜차이즈 시절부터 쌓여왔던 빚 때문에 유명을 달리했다.

만화로 본 세상

그는 여기에 없지만, 그래도 그가 남긴 ‘피자 연합’과 같은 도전은 이어져야 한다. 아무리 버텨내 일궈내도 자영업자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깨닫고 만들어졌다는 ‘협동조합 달고나’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텔레비전에는 청년 창업기가 연이어 쏟아져 나오고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처럼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영업자들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건 든든한 행정지원과 공동체이지, 단기적인 ‘후원’이 아니다. <윤식당>이 행복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행복해져야 한다. TV 속의 행복을 삶 앞으로 당겨와야 하는 때다.

<조경숙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