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지역 지상파의 파격 변신

경기도 부천에는 경기도와 인천 지역을 권역으로 하는 OBS 경인TV가 있습니다. 이 채널에서 지난 4월 말부터 조금은 이상한 프로그램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앱들의 전쟁, 앱신>입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OBS의 간판 아나운서 세 명이 출연합니다. 7년차 최지해 아나운서와 5년차 조은유·신미정 아나운서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국내 사용자 3800만명을 육박하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검증하는 내용을 방송합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당연한 그림을 생각할 수 있죠. 아주 교양 있고, 실속 있는 정보를 차분한 세 명의 아나운서가 낭랑한 목소리로 전하겠구나.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러한 기대를 철저하게(?) 배신합니다. 첫 방송에서 이들의 모습은 파격이 아닌 기존의 가치 체계의 붕괴에 해당할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여신 복장을 하고 나선 이들은 코에 수염을 기르고 수건으로 겨드랑이를 닦습니다. 심지어 겨드랑이 털 분장을 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의 말투 역시도 달랐습니다. “대박, 대박” “헐” 등 젊은이들이 평소 대화에서 쓰던 단어들을 거침없이 썼고,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아나운서들 모습이 색다르고 신선해서 저는 직접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 OBS 제공

세 아나운서의 말은 공통적으로 비슷했습니다. “지금까지 정체돼 있던 분위기를 일신하고 싶었다” “시청자들에게 OBS의 이미지를 조금 더 젊고 다르게 느껴지게 하고 싶었다” “아나운서가 체신을 지킨다는 말은 조금은 고루하다. 일단 많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등이었죠. 부천 오정동에 있는 조그만 방송사에서 세 아나운서의 파격과 일탈이 만들어낸 영향력은 조금씩 방송사 구성원들에게 활력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지역 지상파가 운영되는 방식은 현재 천차만별입니다. KBS처럼 아예 지역국을 두고 인사도 교대로 하면서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이는 방송사가 있고, MBC는 지역국이 별개의 법인입니다. 그래서 인사도 따로 운영되고 신입사원도 따로 뽑죠. SBS는 서로 다른 이름과 법인을 가진 지역의 방송사들과 프로그램을 교차로 틀면서 느슨한 연합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완전히 별개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 OBS입니다. 지역 지상파이지만 중앙 지상파와 인사나 프로그램을 교류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OBS는 주말 황금시간대에도 스스로 만든 프로그램을 틀어야 합니다.

OBS는 2007년 개국 이후 ‘자력갱생’에 매진해야 했습니다. 처음에야 젊은 패기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중앙 지상파와의 차이는 명명백백했죠. 갈수록 분위기는 침체됐고 프로그램은 활기를 잃어갔습니다. 이는 다른 지역 지상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교적 적은 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집중은 가능해졌지만 지역주민의 자체 프로그램 외면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앱들의 전쟁, 앱신>의 등장은 지역 지상파가 이 거대한 방송공룡들의 전쟁터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자본이나 인력은 물론 부족합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아이디어나 패기, 방송에 대한 열정은 결코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B급 정서를 포함하는 다른 정서, 다른 소재, 큰 지상파가 외면하는 부분들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그런 의미로 독자 여러분에게 <앱들의 전쟁, 앱신>을 시청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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