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평범함에 공감하는 ‘오해영’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으면 당대에 가장 화제가 되는 TV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금방 들을 수 있습니다. 올해에는 tvN <응답하라 1988>이 첫 주자였습니다. 그리고 3월부터는 KBS2 <태양의 후예>가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요즘 이 화제의 주인공은 tvN 월화극 <또 오해영>인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이 드라마가 올리고 있는 지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현재 8회까지 방송된 <또 오해영>은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의 집계에서 7.8%의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이는 창사 10년을 맞은 tvN의 월화극 최고 기록입니다.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다른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이 15%에서 8%대 초반대까지 늘어서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상파와 케이블채널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치입니다.

체감인기는 <또 오해영>이 오히려 다른 지상파 드라마를 압도하고 있는 인상입니다. 매체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tvN 측은 단 4회 만을 방송한 상황에서 주연배우들의 공동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또한 16회였던 당초 계획을 수정해 2회 연장을 확정했습니다. tvN이 이 드라마에 얼마나 고무됐는지를 보여줍니다.

월화극 <또 오해영> 방송장면 / tvN

<또 오해영>은 이름이 ‘오해영’으로 같은 두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예쁜’ 오해영으로 불리는 여자(전혜빈)는 나무랄 것 없는 집안 환경에 빼어난 미모와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오해영으로 불리는 여자(서현진)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평범하게 자랐지만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학창시절부터 사사건건 예쁜 오해영과 비교됩니다. 그냥 오해영은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파혼을 당하고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던 음향감독 박도경(에릭)을 만납니다. 평범한 오해영은 그를 만나고부터 평범하지 않게 됐습니다. 자신 안에 있는 생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죠. 드라마는 이들을 중심으로 개성 있는 주변인물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로맨스물입니다.

이러한 구도의 로맨스물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독특한 점은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을 절묘하게 잘 결합시켰다는 데 있습니다. 그냥 오해영의 일상과 삶은 이 시대 평범한 여성들의 모습 그대롭니다. 부침을 겪고, 비교당하고,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공감을 일으키죠. 하지만 제작진은 남자 주인공에게 바로 앞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초능력을 줍니다. 이 능력이 <별에서 온 그대>마냥 경천동지할 정도는 아니고,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무심코 배려할 수 있는 장치 정도로 활약합니다. 이 설정 역시 지극히 일상적이라 초능력이라는 느낌도 주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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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라마에 출연하는 인물들은 다 결함이 있습니다. 박도경은 동정심에 그냥 오해영과 연애를 시작하고, 그냥 오해영 역시 질투가 심합니다. 예쁜 오해영은 버림받은 과거 때문에 몸에 가식이 배어 있고, 박도경의 누나 박수경(예지원) 역시 주사가 심합니다. 배역들은 누구나 다 완벽하지 않고 저마다의 흠이 있어 완벽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들과 다릅니다. ‘우리는 다 부족하고 못났지만 이렇게 사랑하고 산다.’ 드라마는 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초반 돌풍에는 30대 중반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을 실감나게 그린 서현진의 열연이 있었습니다. 서현진의 안쓰러운 연기는 공감을 자아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삼순이(김선아)’에게 열광했던 것처럼 지금의 대한민국은 ‘오해영’에게 열광 중입니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평범함이 때로는 비범함보다 훨씬 특별할 수 있음을 드라마는 보여줍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