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프로 불참꾼’ 조세호 놀리기

“너, 안재욱 결혼식 때는 왜 안 왔어?”

“누구요? 아니,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지금 방송가는 ‘프로 불참꾼’ 방송인 조세호 놀리기에 재미가 들렸습니다. 어떤 행사든 연예인이 모이는 행사가 있으면 조세호를 찾습니다. 그를 찾는 사람들은 “조세호씨, 저희 행사에 왜 안 오셨어요?” 하고 그를 타박합니다. 온라인에서 그 열기는 더욱 높습니다. “우리 엄마 생일인데 왜 안 오셨어요?” “오늘 회사 창립일 기념식 했는데, 왜 안 오셨어요?” 등 그나마 상식적인 정도의 타박부터 “예전에 조선 건국 당시 기념식 때 왜 안 오셨어요?” “조세호씨는 부모님 결혼하실 때 왜 참석 안 하셨나요?”라는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의 타박도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타박은 원망이나 분노의 감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유쾌한 놀이의 하나가 됐습니다. 조세호가 ‘프로 불참꾼’의 칭호를 얻게 된 것은 지난해 방송된 MBC 예능 <세바퀴>가 그 시초였습니다. 당시 진행자였던 방송인 김구라는 조세호를 겨냥해 “친한 지인들의 경조사는 챙기지 않고, 재벌이나 유력한 위치의 사람들 경조사만 챙긴다는 말이 있다”는 말로 그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판명되지 않았습니다만 출연자들은 “정말 조세호가 잘못했네” 하면서 그를 궁지로 몰았습니다.

거기서 나온 것이 가수 김흥국의 타박이었습니다. 그는 “왜 최근에 열린 안재욱 결혼식에 안 왔냐”고 물었습니다. 조세호는 “누구요? 아니,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모르는데 가면 오히려 실례 아닌가요?”라고 받았습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는 정말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그 억울해 하는 조세호의 모습이 재미있어 그를 놀리는 유행이 시작됐습니다. 조세호는 이제 자신이 모르는 행사에도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사람이 됐고, 못 가면 전문적으로 불참을 일삼는다는 뜻의 ‘프로 불참꾼’이 됩니다.

예능 <세바퀴> 방송장면 / MBC

조세호는 2001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에 데뷔했습니다. 아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조세호’라는 이름보다는 개그맨 양배추로 그를 더욱 기억할 듯합니다. SBS 출신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그는 일찌감치 예능 프로그램으로 노선을 변경했고, KBS2 <개그콘서트>에도 출연하는 등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했습니다. 하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죠. 결국 2013년 방송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그에게 구세주가 됐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던 홍진경의 추천으로 동료 남창희와 드라마에 출연한 조세호는 기회를 잡았고, 중국에도 이름을 알리며유명스타가 됐습니다. 결국 이 기세는 한국으로 넘어와 안방 예능의 기대주로 올라섰죠.

조세호가 주로 예능에서 하는 역할은 ‘당하는 일’입니다. 그의 개그 캐릭터 역시 사건의 실체를 잘 모르면서 허세를 떨다가 된통 당하는 연기가 많았습니다. 드라마, 예능에 출연해도 눈치 없이 행동하다 혼이 나거나 구박을 받는 캐릭터가 많았죠. 그런데 그는 억울함의 연기를 누구보다 잘해내면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번 열풍의 근원 역시 편안한 이미지의 연예인이 구박도 당해주니 대중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좋은 유희대상은 없었을 겁니다.

클릭TV

하지만 실제 조세호는 매번 열의를 갖고 스케줄을 진행하며, 매니저 등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습니다. 그의 의리에 대한 무용담도 꽤 많죠. 그는 공격과 비판 역시 웃음이 되는 시대에서 스스로 과녁이 돼 대중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사람이 된 겁니다. 이는 스스로 관용이 있고 마음의 품이 넓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상이 그를 ‘프로 불참꾼’이라고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