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의 사회]미세먼지 줄이려면 녹색정치가 살아야

부처 간의 이견을 조율하여 시급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도, 더 나아가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도 결국은 정치가 필수적이다. 소수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녹색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이 예일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환경성과지수 2016’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에서 종합 80위를 했다. 그런데 대기질은 173위를 기록하여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물론 환경성과지수의 대기질에 대한 자료가 모두 실측치는 아니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모델링 자료도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매우 높아지는 경우가 점점 더 잦아지다 보니 이런 결과를 쉽게 무시할 수도 없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 앱의 오늘의 대기상태를 살펴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고, 마스크는 손수건처럼 매일 챙겨서 나가게 되었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수준인 50㎍/㎥ 이하인 날이 4월 중 단 6일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국립환경과학원과 더불어 중국과 한국의 대기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6월 말에 발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공기가 얼마나 나쁘면 이런 국제적 연구의 대상이 되었을까?

국제적 연구대상이 된 한국의 공기
미세먼지는 그래도 코나 기도에서 어느 정도 걸러지지만 초미세먼지는 워낙 작은 알갱이여서 잘 걸러지지 않고 바로 폐에 들어가 기관지염·폐렴과 같은 호흡기질환,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초미세먼지를 석면, 흡연과 같은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입자가 ㎥당 10㎍ 늘어날 때마다 암발생률이 22%씩 증가하는데,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위암이나 식도암 같은 상부위장관암 발생률이 42% 증가하며, 간암·담관암·췌장암·쓸개암의 위험은 35%씩 증가한다고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5월 29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연 먼지로 덮여 있다. / 김창길 길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가장 큰 배출원은 지역적으로 편차가 있지만 제조시설과 같은 연료 연소 사업장, 타이어 마모 분진과 같은 비산먼지, (노후) 디젤 엔진 차량, 석탄 화력발전소, 기타 장비 사용에 의한 매연, 생활폐기물과 농업 잔재물, 노천 소각 등이다. 중국의 기여도는 30~50% 정도 되지만, 우리 실력과 형편으로는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방안도 거의 없다. 우리가 관리해야 할 대상 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비산먼지, (노후) 디젤 차량, 그리고 석탄 화력발전소다. 비산먼지는 자동차 재비산 먼지, 타이어 마모,사업장이나 공정상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먼지를 말하며, 2012년 환경부의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 대기관리권역 미세먼지의 71.6%, 초미세먼지의 32.3%가 비산먼지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에서 비산먼지 이야기는 잘 다루지 않는다. 진공청소차 보급 같은 대증적 처방도 있지만, 전기차건 수소차건 자동차는 타이어를 달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비산먼지를 관리하자면 자동차 운행 자체를 제한해야 하는 심각한 과제와 직면하기 때문이다.

디젤 차량은 휘발유차에 비해 이산화탄소가 좀 적게 나오고 연비가 좀 더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는 더 많이 나온다. 그러나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디젤 차량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차로 둔갑했고, 이번 정부에서는 심지어 보조금을 줘가면서 디젤 택시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그 결과 2015년에는 디젤차 증가율이 휘발유차 증가율을 앞지르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미세먼지(DPM)의 경우 초미세먼지 기여도는 15%에 불과하지만 발암 위해성 기여도는 84%나 되는 유해한 물질이다. 외국에서는 점차 감소추세에 있는 디젤 차량이 왜 한국에는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가? 혹시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세력들이 존재하는가?

석탄 화력발전소도 문제다. 2016년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은 2만6273MW인데, 정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2029년에 4만4008MW로 약 7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 화력발전소는 기후변화 대책으로서는 매우 부적합한 에너지원인데도 왜 늘어나는 것일까? 국제적으로는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하겠다고 공포하고 또 그걸 홍보하면서도 실제로 국내에서는 여전히 경제성을 내세워 그냥 석탄 화력발전을 밀어붙이는 건 정신분열증적인 것이 아닐까? 이 역시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세력들이 존재하는가?

한국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관리 기준이 국제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의 두 배라는 것(WHO 권고기준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15㎍/㎥, 미세먼지 25㎍/㎥이나, 한국은 각각 25㎍/㎥, 50㎍/㎥이다), 그리고 관측소의 위치가 부적합하고 전국적으로 매우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정확성에서도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언론에서 많이 보도가 되었다. 심지어 아예 측정기기의 기준점을 낮춰놓아서 대기오염도가 축소 예보되었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

미세먼지만큼 뿌연 답답한 대책
워낙 답답했는지, 대통령까지 미세먼지에 대한 국가적 대책 수립을 촉구하라고 나섰다. 그러나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대책들에 대해서는 부처 간 이견이 크고, (물론 이것조차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환경부에서는 경유차에 물리던 환경개선부담금 대신 경유 사용에 세금을 물리거나 경유가격 자체를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에서는 조세저항을 우려하여 반대한다. 또 소상공인연합에서도 소형 트럭, 승합차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해서 환경부는 줄이자는 입장이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명분으로 그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비산먼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논의되지 않는 대신, 환경부는 숯가마·대형 직화구이 등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생활오염원 관리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가득 찬 대기처럼 답답한 상황이다.

부처 간의 이견을 조율하여 시급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도, 더 나아가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도 결국은 정치가 필수적이다. 특히 우리가 추진해 왔던 경제 개발·산업화·도시화 방식 등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소수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 녹색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자동차 운행 규모를 줄이고, 자동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도시 구조를 만들어내고, 석탄 화력을 저감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시스템을 찾아 나서는 일은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빠져 있는 기존의 진보·보수 정치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와 탈화석연료 등을 핵심 의제로 고민하면서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녹색정치가 미세먼지 없는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

비상식의 사회

자유롭게 이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의 도시를 떠날 궁리를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꼼짝없이 미세먼지라는 발암물질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 과거 중세 유럽의 농노들은 이주의 자유가 없었다. 이들이 이주의 자유를 얻는 방법은 도시에 가서 만 1년을 거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독일 속담이 ‘도시의 공기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녹색정치가 자리를 잡고 생태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도시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돈의 자유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되찾아주는 녹색정치가 만연할 때 우리가 숨쉬는 도시의 공기도 신선하게 될 것이다.

<이상헌 한신대 교수·녹색전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