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당뇨병으로 가는 두 가지 유산과 네 가지 습관(5) 콩·버섯·해조류 등 섬유질 자주 드세요

5. 섬유질을 많이 먹자
섬유질(fiber)은 식물의 구성성분으로 마치 섬유처럼 촘촘하게 식물의 골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섬유질은 흔히 쓰는 말이지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섬유질은 단백질일까요? 탄수화물일까요? 답을 말씀드리자면 섬유질은 탄수화물입니다. 그러나 인체에서 ‘소화되지 않는’ 탄수화물입니다. 보통 식이섬유라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 몸에서 ‘자력으로는’ 흡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열량으로 쓰이지는 못합니다. 다만 소장과 대장에 살고 있는 장내미생물의 분포와 상태에 따라 일정 부분을 우리의 에너지로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내미생물이 요즘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섬유질은 채소·과일·해조류에 주로 많으며, 사람은 섬유질을 소화할 수 없습니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소화가 천천히 되며 흡수되는 칼로리는 적고 볼륨은 많아서 포만감을 쉽게 느낍니다. 섬유질을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서 탄수화물이나 지방 등의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적게 먹게 됩니다(오른쪽 그림). 섬유질은 비만 치료와 당뇨병 예방 및 치료에 중요합니다.

채소, 과일, 해초류에 많은 섬유질은 비만 치료와 당뇨병 예방 및 치료에 중요하지만 사람은 섬유질을 소화할 수 없다. 하지만 흔히 유산균이라고 부르는, 소장과 대장에 사는 균인 장내미생물은 우리가 소화할 수 없는 섬유질을 먹고산다. 따라서 요구르트나 발효차나 캡슐로 된 유산균을 복용하는 게 장내미생물 섭취에 도움이 된다고 조홍근 박사는 조언한다. 사진은 한 국내 식품업체가 개발한 유산균 제품들. / 김기남 기자

섬유질은 물에 녹는 수용성 섬유질과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섬유질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불용성 섬유질은 주로 과일껍질·쌀겨·밀껍데기 등에 많은데, 대변의 볼륨을 부풀리고 부드럽게 하여 장을 빨리 통과하게 합니다. 발암물질 등이 많은 음식의 찌꺼기를 빨리 배출하게 함으로써 변비와 대장암 예방효과가 탁월합니다.

물에 녹는 수용성 섬유질은 콩·버섯·해조류 등에 많은데, 이 섬유질은 창자 안의 물과 결합하여 젤리나 묵과 같은 반고체 형태로 변합니다. 젤리같이 변한 섬유질은 음식의 당을 둘러싸서 분해를 방해하는데, 결과적으로 당이 아주 천천히 핏속으로 흡수됩니다. 혈당이 천천히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혈당이 빨리 올라가면 인슐린도 따라서 빨리 올라가 뱃살이 많이 찝니다. 혈당이 천천히 올라간다는 것은 뱃살이 많이 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수용성 섬유질을 먹으면 혈당도 적게 올라가고 뱃살도 빠진다는 의미로, 당뇨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용성 섬유질은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음식을 통해 들어온 콜레스테롤과 간에서 나온 담즙의 콜레스테롤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여 대변으로 바로 보내버립니다.

당뇨병의 주범인 뱃살을 빼기 위해서는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물에 녹는 수용성 섬유질이 많은 콩·버섯·해조류를 많이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섬유질 중에 프락토올리고당이 있는데, 설탕만큼 달지만 흡수가 잘 되지 않아 당뇨병 환자에게 유리하고 장내미생물과 반응하여 좋은 장내 환경을 조성해서 요즘 많이 권장되기도 합니다.

다만 과민성대장증상이 있는 사람은 콩이나 브로컬리, 양배추 등의 가스 발생이 잘되는 채소는 피해야 합니다. 전곡류 등의 불용성 섬유소가 많이 든 음식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므로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너무 많은 식이섬유소를 먹으면 특정 종류의 미네랄이 잘 흡수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먹을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6. 좋은 장내미생물을 키우자
우리가 흔히 유산균이라고 부르는 소장과 대장에 사는 균인 ‘장내미생물’은 알면 알수록 굉장히 중요합니다. 장내미생물은 우리가 소화할 수 없는 섬유질을 먹고삽니다. 장내미생물은 섬유질을 발효시켜서 그 에너지로 살고 부산물로 단쇄지방산(SCFA)이 만들어집니다. acetate, propionate, 그리고 butyrate가 그들입니다. 단쇄지방산은 장을 통해 흡수되어 우리몸에서 에너지로 쓰입니다. 전체 에너지의 3% 정도가 여기서 얻어집니다. 단쇄지방산은 당뇨병, 비만 및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1. 단쇄지방산은 지방세포에서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 분비를 하게 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민감도를 증가시킵니다.
2. 단쇄지방산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심박수를 늘리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비만을 예방합니다.
3. 단쇄지방산은 소장의 L-세포에 작용하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GLP-1을 증가시켜 혈당을 조절하게 합니다.

반면에 좋지 않은 장내미생물이 번성하면 단쇄지방산의 조성이 바뀌면서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증가시켜 고지혈증을 유발하고, 장내 염증이 유발되고, 장내미생물이 만들어낸 독소가 장을 침투해서 간에 도착한 후 전신적인 염증으로 증폭시킵니다. 이 글을 숙독한 독자들은 눈치채겠지만, 염증은 동맥경화증과 당뇨병을 일으키고 악화시킵니다.

따라서 좋은 장내미생물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장내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장내미생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구르트나 발효차(홍차 포함)로 섭취하는 것도 좋고, 다 귀찮으면 캡슐로 판매하는 ‘유산균’을 복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당뇨병으로 가는 두 가지 유산과 네 가지 습관(5) 콩·버섯·해조류 등 섬유질 자주 드세요

7. 지방질을 너무 많이 먹지 말자
지방, 특히 동물성 지방이 많은 식사를 하게 되면 칼로리가 넘쳐 살이 찌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가 요즘 들어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방이 많이 들어가면 좋은 장내미생물이 사라지고 나쁜 장내유산균이 번성합니다. 그 결과 우리몸에 유익한 단쇄지방산의 생산이 감소하여 당뇨병으로 가까이 갑니다. 설상가상으로 나쁜 미생물에서 만든 독소가 장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고 전신적 염증으로 발전시켜 당뇨병을 악화시킵니다. 따라서 지나친 지방질, 특히 동물성 포화지방의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붉은 고기와 육가공 식품을 매일 먹는 것은 해롭다는 뜻입니다.

8. 술을 너무 자주 마시지 말자
탄수화물은 g당 4칼로리, 지방은 9칼로리입니다. 술은 중간 정도 되는 열량으로 7칼로리입니다. 열량이 적지 않습니다. 소주 한 병은 약 640칼로리인데, 밥 두 공기 반에 해당되는 양입니다. 그런데 술은 홀짝홀짝 빨리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오버 칼로리가 됩니다.

아울러 술은 위장에서 음식을 빨리 통과하게 해 식욕을 촉진시켜 안주거리를 많이 먹게 합니다. 역시 칼로리 초과입니다.

그런데 술이 장내미생물에도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일종의 올킬(all kill)인데, 대장까지 내려가면서 장의 상피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고 장내미생물을 많이 죽입니다. 습관적인 음주는 장내미생물도 죽이고 장내 염증을 일으키며 전신적인 염증으로 번지면서 동맥경화증과 당뇨병을 일으킵니다. 적당한 술은 심장병에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말은 잊어주세요.

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

우리나라의 ‘적당히’는 세계 기준과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술을 자주 마시고 너무 폭음합니다. 세계적입니다. 술을 아예 끊을 수 없다면 최대 한 달에 네 번 정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술을 마시는 것으로 제한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술 말고 Tea room(다실)에서 건강에 좋은 차를 저녁식사 후 내내 맨정신으로 마시면서 다식을 먹는 그런 회식문화를 생각해봅니다.

<연세조홍근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