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CES에 임하는 한국의 ‘구시대적 자세’

오랜만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를 다녀왔다. 나흘 동안 많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신제품과 신기술을 들여다보면서 2016년과 그 이후를 대비하는 많은 기업과 새롭게 도전하는 스타트업, 수많은 전시 관람자들, 미디어의 열기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여러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한국 ICT산업과 그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면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일단 언론의 문제. 아직도 이 전시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보다는 그저 큰 기업의 과시용 제품이나 뻔한 키워드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스튜디오를 차리고 지속적인 보도와 인터뷰, 토론을 벌이고 있는 현지 미디어 수준은 아니더라도 가장 혁신적이고 숨겨져 있는 보석을 발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모습은 한국 대기업관에서나 볼 수 있는 VIP 투어의 모습이다. 너무 뻔하고 낮은 수준의 설명을 들으며 짜여진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과 모두가 동등하게 관람하는 가운데 뭔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면 아직 우리는 IT문화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라 테크 프렌치 로고로 장식한 ‘더 프렌치 테크 파빌리온’. / 한상기

이번 전시에서 필자에게 가장 큰 인상을 준 곳은 ‘유레카 파크’라고 부르는 전시공간이었는데, 이곳은 전 세계 스타트업이나 각 국가에서 만든 특별한 혁신기업을 소개하는 주제관이다. 여기는 미국국립과학재단(NSF)과 테크스타즈라는 액셀러레이터가 주관하면서 인디고고에 출품한 제품이나 대학 혁신 제품, 각 국가의 혁신기업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즉, 혁신을 통해 앞으로 시장에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 잠재적 리더, 미래 기술, 3~5년을 내다보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기존 대기업의 부스가 현재의 모습을 보기 위한 곳이라면 이 공간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정책 담당자나 주요 매체의 기자가 이 공간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거나 심도 있는 보도를 한 기억은 없다.

특히 이 공간에서는 프랑스 기업들의 존재감이 뛰어났다. 비즈니스 프랑스가 주도해 130개의 기업 중 22개를 선정해서 ‘더 프렌치 테크 파빌리온’을 구성했다. 그 외에도 프랑스 테크 기업은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라는 로고를 통해 자신들이 프랑스에서 온 기업임을 밝히고 프랑스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보여줬다.

그 옆에 보이는 독일관이나 이스라엘관에 비해 한국의 전시 부스 모습은 한 세대 뒤떨어진 디자인과 전시 방식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이런 지원 프로그램의 예산 문제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전시 전문가의 능력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번에 ‘산업 분석가’로서 프레스 배지를 받았는데, CES에 참여하기 전에 수많은 기업의 방문 요청과 취재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참여 기업으로부터는 거의 요청 메일을 받은 적이 없고,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적인 요청을 받았을 뿐이다.

여러 언론에서 존재감이나 기술 흐름에 뒤떨어지고 있는 국내 기업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우리가 아직도 이런 세계적인 IT 전시 행사에 대처하거나 참여하는 방식과 운영 노하우는 해외 기업이나 국가에 비해 너무 수준이 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 기업의 부스에는 대부분 기업 URL이나 소셜 미디어 공식 계정이 있으나 우리 기업의 부스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은 너무 기본적인 차이라 언급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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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는 세계 3대 IT 관련 전시인데, 우리 기업이나 관계기관의 참여 수준이나 대처방식이 그냥 국내 전시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은 우리 ICT산업이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는 것을 말한다. 대기업만이 우리 ICT산업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