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 <빽투더 퓨쳐2>-‘티핑포인트’를 바꾸러 미래로 가다

2015년 10월 21일.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빽투더 퓨쳐2>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날은 남다른 날이다. 마티가 타임머신인 하늘을 나는 드로리안을 타고 30년 뒤 미래로 온 바로 그날이기 때문이다.

1989년작인 <빽투더 퓨쳐2>는 1985년이 배경이다. 30년 전인 1955년 과거에서 막 돌아온 마티에게 브라운 박사가 또 나타난다. 브라운 박사는 미래의 마티 가정에 큰 일이 생겼다며 미래로 가서 바로 잡자고 제안한다. 마티의 아들은 절도죄로 15년형을 받고 딸은 그 오빠를 구하려다 20년형을 선고받는다. 브라운 박사는 이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날로 돌아가 마티의 아들이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막으려 한다. 아들이 사고치는 것은 막지만, 이번에는 마티가 재미삼아 산 스포츠연감이 문제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일어나는 모든 스포츠경기의 기록을 담은 연감을 비프가 훔쳐 60년 전인 1955년 자신에게 넘긴다. 젊은 시절의 비프는 이 연감을 가지고 경마와 스포츠 도박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둔다. 1985년은 또 달라져 있다. 카지노계의 대부가 된 비프는 마티의 가정을 풍비박살낸다. 마티는 다시 1955년으로 돌아가 스포츠연감을 없애기로 한다.

2015년 10월 21일은 마티 가문에 매우 중요한 날이다. 브라운 박사는 마티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아들과 딸의 구속) 사건은 연쇄반응을 일으켜 순식간에 네 집안이 몰락하게 돼.” 서서히 진행되던 일 이 급속한 변화를 맞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를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이 말은 원래 사회학에서 나왔다. 백인만 사는 마을에 흑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흑인의 비율이 어떤 시점을 넘어서면 백인들이 마을을 떠난다. 백인들이 마을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는 흑인 비율은 20%라고 한다.

티핑포인트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이 1969년 ‘분리의 모델’이라는 논문에서 제시한 ‘티핑 이론’에서 시작됐다.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뜻으로, 때로는 작은 일에서 엄청난 변화가 시작될 수 있고, 일단 발생하면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였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일에는 계기가 되는 순간이 있다. 남녀 사이라면 손을 잡을 때, 첫 키스를 할 때가 두 사람 관계의 티핑포인트가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안 오르더니, 어느 순간 성적이 껑충 뛰는 때가 있다. 스포츠는 뜻하지 않은 실수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묘하게 바꾸더니 대역전극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대사건도 티핑포인트가 있다. 1914년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총을 맞은 사건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영국 저널리스트인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인 <티핑 포인트>에서 이 같은 극적인 전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전염’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전염이 강렬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특징이 있어야 한다. 핵심적인 소수가 여론을 만들며 퍼트리고, 대중의 뇌리에 잘 달라붙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며, 당시의 상황과 환경에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를 각각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이라고 글래드웰은 이름 붙였다.

최근 금값이 온스당 1140달러 선까지 떨어지자 마켓워치는 “금값이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는 ‘기술적인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온스당 114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금값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영화 속 경제

저메스키 감독은 <빽투더 퓨쳐2>에서 2015년이면 나는 자동차와 디지털카메라, 벽걸이 TV, 화상회의, 3D광고, 자동으로 입혀지는 옷, 나는 스케이트 보드가 일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기상예보는 한치의 오차도 없고 모든 판결은 2시간 내 속결로 이뤄진다고 했다. 이 중 현실화된 것은 과연 몇 개나 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