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난민인권센터 김성인 사무국장 “‘인도적 체류자’란 꼬리표 떼줘야”

최근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의 하나는 시리아 난민 문제다. 이들의 딱한 처지를 보자니 모두 보듬고 싶지만 국내 현실은 마땅찮다. 그동안 한국에 들어와 법률상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들은 올해 8월 말 현재 522명이다. 1994년 이후 신청자 1만2000여명 중 4% 남짓한 수준이다. 특히 시리아인들 가운데 공식적으로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는 3명뿐이다. 나머지 621명은 ‘인도적 체류자’라는 꼬리표를 단 채 일단 머물고 있다.

국내에서 난민 문제 해결에 매달려온 난민인권센터 김성인 사무국장(48)을 지난달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국장은 1998년 말 캐나다에서 영어공부용 교재로 활용하던 유고 내전 상황을 보고 ‘가장 사각지대에 놓인 인간’으로서 난민이라는 존재를 깨달았다. “동성애자를 비롯해 어떤 소수자라도 나라, 국적이란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의 보호는 받잖아요. 그런데 난민은 지구상에 ‘단독자’로서 스스로 지켜야 하는 이들입니다.”

애초에 김 국장은 캐나다에서 인턴활동을 거쳐 에티오피아 같은 해외에서 난민 지원활동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2000년 9월 집안사정으로 귀국해야 했다.

전북 정읍 경실련에 몸담은 그는 2007년 국내 난민지원단체 ‘피난처’에서 일하다가 2009년 3월 최원근, 김규환 당시 활동가들과 난민인권센터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난민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다.

한국 정부도 대외적으로는 난민 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띤다. 1992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7월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난민으로 잘 인정하지 않고 대신 ‘인도적 체류자’라는 애매한 용어로 대처해왔다. 인도적 체류 기한은 원칙적으로는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다. 난민이 늘면 교육·의료 등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딱한 처지를 감안해 한국에 머무르게는 해주겠다는 것이 그 취지다. 인도적 체류자는 일을 해도 되지만 형식상 취직이 금지된 비자(G1)로 분류돼 노동현장에선 거부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다. 반면 공식 난민이 되면 투표권과 국방의 의무를 뺀 나머지는 국민과 거의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김 국장은 “난민으로 모두 받아주지 못한다면 인도적 체류자의 신분으로도 의료·교육 등에서 혜택을 보도록 보완하고, 비자도 노동이 가능하도록 새로 발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렵게 난민으로 인정받은 뒤에 언어나 취업 문제로 점점 자신감을 잃고 난민에 관대한 영어권 나라로 나가고 싶어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뒤 19년 만인 2013년 12월 정치상황 개선으로 고국에 돌아간 미얀마 민주화운동가 마웅저(47)의 ‘성공’ 일화는 드문 경우다.

난민 문제에서 예민한 부분의 하나는 종교다. 김 국장은 “유고 사태에서 봤듯 사실 많은 난민들이 종교 갈등으로 발생한다”며 “난민들을 어떻게 대하고, 이들을 어떻게 사회에 받아들이냐는 문제의 큰 걸림돌의 하나는 종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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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은 “동정심 같은 순진한 마음도 근본 해법은 못 된다”며 “시리아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도 난민을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