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오병일씨 “정치인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 우선”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영국의 전설적인 축구감독 알렉스 퍼거슨의 이 발언은 인터넷을 휩쓴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트위터를 포함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언을 넘은 망언을 남겨 망신당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반인들의 망언도 수준급이면 대중의 이목을 끌지만, 아무래도 주목도가 높은 정치인들의 실언 트윗이 보다 즉각적인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뒤늦게 부랴부랴 지워봐도 이미 여러 번 리트윗되면서 이미 망신은 당할대로 당한 상태가 되고 만다.

정치인들은 쉽게 올린 트윗이 자칫하면 엄청난 여파를 몰고올 수도 있다는 교훈을 배웠다. 즉흥적으로 트윗을 올리더라도 향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빠르게 삭제해버리는 식으로 대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트위터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기 전에 일찌감치 삭제에 성공했더라도 ‘폴리트웁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폴리트웁스는 네덜란드의 ‘열린정부재단’이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주창하며 정치인이 삭제한 트윗만을 모아 보여주기 위해 개설한 사이트다. 한국을 포함해 32개국에서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활동해 왔다. 트위터가 8월 말부터 이들의 서비스를 막기 전까지는 그랬다.

미디액트 제공

“공인인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려 트위터를 이용하면 그들은 자신의 표현이 더 많은 관심을 끄는 만큼 시민들도 폴리트웁스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그들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트위터에 폴리트웁스의 접근을 재개하라고 요구한 각국의 정보인권단체와 활동가 목록에는 한국의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오병일씨(46)의 이름도 올랐다. 시민사회단체 중에서도 특별히 정보통신 분야에서만 20년간 활동해온 이 분야의 전문가다.

트위터 측은 정치인들의 트윗 삭제에 대해 사생활 보호의 측면에서 폴리트웁스의 접근을 막았지만 오씨와 정보인권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오씨는 “표현의 자유 문제이기도 하고,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서비스와 맞서는 시민들의 정보 접근권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사이버 범죄에 대한 수사와 시민 보호라는 명목 하에 시민들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을 광범위하게 벌이고 있는 정부에 대한 문제와도 관련된다”고 말했다. 앞선 기술과 장비를 바탕으로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보호해야 할 건 정치인이 공적으로 저지른 실언이 아니라 시민들의 알 권리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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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가 활동가 경력을 시작한 시기였던 PC통신 전성기, 인터넷 초기에 비하면 각종 모바일 기기와 네트워크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그만큼 시민들의 정보인권을 위협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트위터와 폴리트웁스 사이에 벌어진 논란처럼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 정보 접근권에 관한 논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씨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보통의 시민들에게 더 많은 표현의 통로를 열어주지만 반대로 권력과 자본을 가진 세력이 그 통로를 막고 교묘하게 감시와 검열을 하게 할 가능성도 크게 만든다”며 “시민들이 정보를 독점하려는 세력에 맞서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위터가 인생에 필요한 도구가 되게 하려면 정보문명의 이기에 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것이 오씨의 지적이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