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제공
메르스 사태 당시 취재했던 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 이주호 단장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돈벌이 경영, 인권탄압, 노동탄압 한국 의료의 민낯이 다 드러난 사례입니다. 게다가 세속화되고 돈만 아는 가톨릭까지. 취재 가능할까요.” 취재 부탁 내용은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지낸 인천성모병원의 홍명옥 지부장(52)이 단식에 나선 사연이었다. 기자가 연락했을 때 홍 지부장은 단식을 풀고 7일 떠날 로마 교황청 항의방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도 교황청까지 가는 일은 바라지 않았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5개월 넘도록 수수방관했습니다. 지역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문제 해결을 촉구했는데….” 그는 “병원 중간관리자들로부터 집단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측이 정리한 ‘일지’에 따르면 발단은 지난 3월 같은 가톨릭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인천 국제성모병원이 직원들의 친척들을 환자로 등록하고, 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급여를 허위·부당청구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보도였다. 회사 측이 보도의 ‘제보자’로 홍 지부장을 지목했고, 홍 지부장은 중간관리자들로부터 “당신이 알렸느냐”는 전화와 질책을 받았다. 이들의 ‘압박’은 집요했다. 일지에는 홍 지부장이 근무 중 찾아온 ‘가해자’들에게 “근무 중이니 나가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이야기하자는 데 왜 소리를 지르느냐”며 책상 옆에 서서 노려보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적혀 있다. 이런 일이 수차례 반복된 후 홍 지부장은 정신과에서 ‘적응장애(의증)’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했지만 그 후에도 공격적인 언사가 계속돼 결국 출근길에 쓰러지면서 입원치료와 3개월간 정신과 치료 진단을 받았다. 입원 후에도 괴롭힘이 계속되자 단식으로 상황을 호소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가 단식하는 옆에는 병원 측 인사노무부장 명의의 배너가 세워졌다. “노동조합 지부장 홍○○ 간호사는 민주노총 자문의사 진단서 등을 근거로 출근을 거부하며 두 달째 무단결근을 하고 있습니다.”
교황청을 찾아가는 것은 가톨릭 인천교구가 면담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홍 지부장은 말했다. “작년에 교황께서 한국에 왔을 때 정의롭지 못한 일이나 약자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셨어요. 교황님께 이 상황을 알리려고 합니다.”
병원 인사노무부장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데 일일이 반박할 가치를 못 느낀다”며 이 사안을 “국감에서 다루겠다”고 밝힌 국회의원실에 보낸 해명자료를 팩스로 보내왔다. 병원 측은 “직원들은 홍 지부장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상호 업무에 지장이 없는 점심시간을 이용했다”면서 “인천성모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진이 가톨릭 사제라는 점을 악용해 우선 병원장 신부님을 고발하고 시작하는 것이 노조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또 배너에 적힌 내용처럼 민주노총 자문의사가 발행한 진단서의 객관성을 인정할 수 없고, “거꾸로 ‘노조의 집단괴롭힘’이 아니냐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지부장은 “민주노총에는 자문의사라는 제도도 없고, 다녀온 병원 의사가 굳이 관련된 단체를 말한다면 가톨릭 정의평화위원회인데, 그 의사가 항의하니 회사 측 반응은 ‘아니면 말고’ 식이다”라고 말했다. 단지 집단괴롭힘 건만 아니다. 10년 가까이 쌓인 갈등의 골은 깊다. 누가 결자해지해야 할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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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