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긱 이코노미’에 끼어든 IT, 당신 편일까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인구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팽창을 거듭,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으나 질적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기사 같지만 1986년 경향신문의 ‘한국 대학진학률 30%’라는 기사다. 지금의 진학률은 80% 언저리이니 ‘비약적인 팽창’에 대한 당시의 걱정은 한가로웠다.

1986년대 청년들도 나름 고민은 있었겠지만 2015년의 청년들만 할까? 청년 실업률은 장년층의 3.7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1배. 이 잔혹한 환경의 청년들은 또 하나의 고등학교가 돼 버린 대학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꿈이라든가 열정과 같은 추상적 개념에 포장된 ‘먹고사는 일’에 대한 준비일 것이다.

교육을 통해 능력을 쌓고 그 능력으로 자립한다. 근대의 삶이다. 하지만 이 순환이 삐걱거린다. 능력을 쌓는다 생각하지만 ‘스펙’이란 허상만 는다. 애초에 능력이란 그 능력이 활용될 거리가 없으면 측정되기 힘들다. 자립을 위한 능력이란 무엇인가? 암기력인가 판단력인가, 체력인가 아니면 기능인가? 모호하게 쌓여 가는 스펙은 쓸모를 잃어 간다. 성장은 멈춰 파이는 줄어들고 세계는 좁아져 일자리는 흘러나간다. 여기에 정보기술(IT)도 나서 혼돈을 부추긴다.

긱 이코노미의 대표적인 모델인 우버택시

공유경제라고도 불렸던 우버 등의 ‘긱(gig) 이코노미’, 한국형도 최근 뜨겁다. 긱(gig)이란 원래 음악가의 하룻밤 일을 나타내는 속어로, 잡(job)보다 경박하고 찰나적인 모든 일을 일컫는 데도 쓰인다. 신조어 특히 외래어는 공유경제처럼 현상을 미화시키고, 원래의 함축을 가리곤 한다. 결국은 ‘일용직 경제’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날일꾼과 삯꾼이다.

긱 이코노미의 거간 서비스들은 능력을 별점으로 환산하고 적절한 일거리를 쪼개주자고 한다. 스펙 값을 쳐 줄 정규직은 하늘의 별따기인 세상, 적어도 일거리는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능력을 차곡차곡 쌓고 일한 만큼 번 뒤 저녁이 있는 삶을 동시에 얻는다. 솔깃하다. 사실 별점이야 작가의 작품에도 달린다. 감독의 영화도 마찬가지고 뮤지션의 앨범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쿨한 삶인가.

하지만 작가가 받는 별점은 작품에 대해서다. “~ 기사님은 어떠셨나요?”와 같이 나에 대한 별점이 아니다. 작가에게는 망작도 걸작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별점은 상품과 나를 분리할 수 없는 일로도 파급된다. 이제 상품으로서의 내가 평가된다. 일을 자판기처럼 받기 위해 내 자신이 자판기 안에 들어간다. 일거리를 사기 위해 나를 파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판기를 찾는 이들은 강하지 않다. 강자의 일거리는 다르게 찾아온다. 자본력, 인맥, 낙하산, 동아줄, 아니면 이 모든 것을 우습게 할 야심일 수도 있다.

지금도 최고의 수행기사는 굳이 우버의 기사가 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VIP를 모실 만큼의 충분한 맥락과 입소문과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미 이를 토대로 사업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들은 그 길목을 지키기 위해 긱 이코노미의 도래를 막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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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누구에게 떼어 주고 얼마를 챙길지, 대개의 ‘이코노미’에 있어 본질은 이것이다. 이 길목에 IT가 끼어들었다. 인간을 포함한 짐승에게 생존 능력이란 적을 구분하고 먹이가 지나가는 길목을 찾는 것이다. 그들은 여러분의 편일까?

<김국현 IT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