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어벤져스2-강력함이 능사가 아닌 ‘브라에스의 역설’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 있다. 슈퍼 히어로라고 다르지 않다.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 하다못해 영웅 아킬레스도 발뒤꿈치에 약점이 있다. 조스 웨던 감독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슈퍼 히어로들의 두려움을 파고 든다.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뉴욕전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다. 슈트를 벗으면 언제든 평범한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존재에 무력감을 느낀다.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는 암살자로 키워지기 위해 자궁까지 떼낸 과거의 기억이 괴롭다. 브루스 배너(헐크)는 항상 도망자로 살아가야 한다.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는 전쟁의 망령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힌다. 토르는 신으로서 자신의 존재에 항상 의문부호를 지니고 있다. 슈퍼 히어로의 잠재의식을 뒤흔드는 초능력자가 있다. 스칼렛 위치다. 그녀는 사람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다. 스칼렛 위치에 의해 최면에 걸린 6명의 영웅들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오빠 퀵실버는 그녀를 돕는다.

스타크는 또다시 외계인들이 몰려왔을 때 과연 지구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느낀다. 그래서 자신(아이언맨)을 대신할 초강력 군대를 꿈꾼다. 슈트를 입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그게 ‘울트론 프로젝트’이다. 스타크는 강철로 둘러싸인 세상을 만들어 이 시대의 평화를 지키겠다고 결심한다. 강력한 적을 막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군수업자인 스타크의 철학이다. 모든 적을 압도하는 강한 무기는 과연 지구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미국이 핵을 갖기로 했을 때 같은 논리가 적용됐다. 수요가 있는 곳에는 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까. 독일 수학자인 디트리히 브라에스는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말한다.

브라에스는 1968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네트워크 상에서 움직이는 개체들이 이기적으로 경로를 선택할 때 네트워크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 때로 전체 효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브라에스의 역설’이라 불리는 이 개념은 도로 분야에서 특히 많이 활용되고 있다. 통행량이 많은 도로는 확장하면 오히려 길이 더 막히고, 축소하면 길이 덜 막힌다는 것이다. 도로를 넓히면 통행이 쉬워질 것으로 기대한 운전자들이 차를 더 몰고 나와 체증이 심해지고, 도로를 줄이면 차가 막힐 것을 우려해 운전자들이 우회해 지나가면서 통행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청계천 고가도로를 없애니 청계천 주변이 오히려 더 원활해지고, 서울광장을 만드니 서울시청 주변 도로가 더 원활하게 뚫리는 사례를 국내에서도 종종 봤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있는 영중로의 교통수요를 줄이기 위해 편도 1차선을 보행로로 바꾸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른바 ‘도로 다이어트’다. 1990년 미국 뉴욕시는 ‘세계 지구의 날’ 행사를 위해 뉴욕 최고 번화가인 42번가 도로를 하루 폐쇄했다. 많은 사람들이 교통대란을 우려했지만 당일 주변 도로는 오히려 더 잘 뚫렸다. 이후 뉴욕시는 42번가 도로에 차량을 상시적으로 제한하고 보행자와 관광객을 위한 공간을 늘려갔다.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는 이렇게 탄생했다.

슈퍼 히어로를 한데 모아 어벤져스의 힘을 극대화시키면, 적들도 극대화된 힘을 갖고 도전장을 내민다. 이들을 막기 위해서는 더 강한 힘을 가져야 하고, 그러면 더 강한 적이 또 나타난다. 마치 강한 항생제로 인해 슈퍼 박테리아가 출연하는 것과 같다. 강남 재개발을 억제하는 논리도 이와 비슷하다. 강남의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개발을 쉽게 해주면 강남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더 빨리 늘어 집값이 오를 수 있다. ‘브라에스의 역설’은 게임이론으로 보면 ‘죄수의 딜레마’와 닮았다. 각 경제주체가 최선을 다한 이기적인 행동이 최선의 효율을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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