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방송산업의 강자로 선 인터넷 기업

한국의 이용자들이 가장 원하는 해외 서비스 중 하나는 스트리밍 비디오 전문 서비스인 넷플릭스일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주소를 우회해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있을 정도로 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높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최근 향후 2년 안에 200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진출한 50개국에 비해 4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2016년쯤 한국 서비스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또 2014년의 3배인 320시간에 해당하는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고 했다. 이미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인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는 새로운 블랙> 등이 전 세계의 팬을 모은 경험이 있다.

프리미엄 비디오 케이블인 HBO의 반격도 거세다. <왕자의 게임>이라는 빅 히트작을 낸 HBO는 2015년에는 케이블 가입 없이도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통해 넷플릭스와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선포함으로써 당일 넷플릭스의 주가가 25%나 떨어지는 충격을 주었다. 아마존 역시 이 전쟁에 참여를 선언한 기업이다. 이미 14만개 이상의 영화와 TV에피소드를 제공하는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는 500개 이상의 TV와 셋톱박스, 태블릿 등에서 볼 수 있다. 올해에는 연간 99달러를 내는 회원용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 서비스를 위해 12개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해 이를 극장에서도 상영할 계획도 밝혔다.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가 TV 중심의 방송 프로그램을 대체하면서 콘텐츠 업계에도 새로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 넷플릭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아마존의 <트랜스페어런트>라는 드라마가 TV 뮤지컬 코미디 부문상과 TV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가 작년에 <하우스 오브 카드>로 받은 이후 두 번째로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이 골든글로브를 수상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런 변화는 더 이상 기존 방송사나 케이블 기업이 TV프로그램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것과, 사람들이 TV를 시청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인터넷 기업이 방송산업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 라디오, 잡지에 이어 인터넷이 방송산업까지 변화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지상파나 케이블로만 TV를 시청하지 않는다. 유튜브를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 채널, 애플TV나 크롬캐스트 같은 OTT 기기들, 스마트폰, 차량용 DMB, 스마트 TV나 IPTV를 통한 주문형 시청이 일상화하면서 이제 TV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도 다양해졌다. 시청자들도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TV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것이다. 국내 OTT 시장은 이미 20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2020년에는 78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다.

프로그램 제작, 배포, 시청 기기의 공급을 이제 인터넷 기업이 자신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방식을 선택해서 제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구글의 유튜브가 VOD나 프리미엄 채널을 넘어서 자체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애플이 더 이상 아이튠스 운영자로만 머물 이유도 없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자체 제작 드라마를 온라인 비디오로 서비스할 수도 있고, 방송에는 나오지도 않았지만 엄청난 인기를 끄는 비디오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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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상 사람이 구글과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아마존과 알리바바에서 쇼핑하듯이 글로벌 기업 몇 개의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를 자신이 가장 편한 기기를 통해서 감상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이 낄 것인가에 우리 방송의 미래 모습이 달려 있다. 우리 방송 프로그램을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에서 제공해야만 사람들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방송사가 프로그램의 품질을 향상하지 않고, 전략적 배포와 데이터 분석, 다채널 운영 전략을 시도하지 않으면, 경쟁자는 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다. 온라인 전략은 이제 방송에게는 미래 생존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세종대 ES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