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설계]변비가 사람 잡는다

대변, 즉 똥은 사람이나 동물이 먹은 음식물을 소화해 항문으로 내보낸 찌꺼기를 말한다. 음식물이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온몸을 인간에게 바치고 마지막으로 대장을 통해 몸 밖으로 나오는 기념물인 셈이다. 똥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사라지지만 결국 토사구팽되고,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천대를 받는 존재다. 서양에서는 똥을 기피한 탓에 이를 보관하는 대장에 관한 의학분야만 뒤늦게 발전했다고 한다. 찰스 티렐의 책에는 18~19세기 해부학 수업에서 냄새 나고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시체의 배를 가르면서 대장을 잘라내 쓰레기통에 던저버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멀리까지 갈 것 없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똥이 들어간 말을 생각해보자. 똥을 밟다, 똥을 싸다, 똥이 되다 등의 말은 재수가 없다, 몹시 힘들다, 체면이 형편 없게 되다는 나쁜 표현의 대명사로 사용된다. 하나도 버릴 것 없이 거름으로까지 사용되며 인간을 위해 희생해온 똥은 몸 속을 나오기만 하면 천대를 받는다. 그러면 똥이 몸 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똥이 오랫동안 몸 속에서 버티면 버틸수록 인간에겐 재앙이 된다.

똥은 겉과 속이 전혀 다른 대표적인 물질이다. 겉보기는 추해 보이지만 인간을 생존하게 하는 희생물이다. 하지만 제때에 배출되지 않은 똥은 우리의 대장 속에 숨어 몸 속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이런 현상을 변비라고 한다. 변비가 심해지면 인간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갈 수도 있다. 황당한 말이 아니다. 단언컨대 변비가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주치의였던 닉 니코풀로스는 2010년 엘비스의 만성변비가 결국 그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변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를 방치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변비를 치료하는 약물만 수만 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가장 위대한 변비 치료법은 자신이 가진 몸의 기능을 통해 똥을 배출하는 것이다. 운동과 식이요법 등을 통해 변비로부터 스스로 치유해야 변비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응세 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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