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진명 작가 “미국, 사드 배치 압박 한국 정부만 쉬쉬”

소설 <싸드THAAD> 펴낸 김진명 작가…

“2017년 대선구도 김문수-박원순 가능성 커”

“이것은 팩트다!” 김진명 작가의 새 책 <싸드THAAD>에 둘러 있는 띠지에 적힌 홍보문구다. <싸드THAAD>는 소설이다. 다시 말해 허구이고 창작이다. 학자의 정세분석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르포나 다큐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것은 사실이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제목이 된 <싸드THAAD>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 Terminal of high altitude area defense)다. 책의 핵심 주장은 ‘사드’ 미사일의 배치는 중국의 전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쟁을 의미하며, 그 양상은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핵전쟁이라는 것이다. 국제기구에 근무하던 한 한국인 학자가 그 비밀을 파헤치다 살해당한다. 한 한국의 변호사가 남겨진 단서를 추적해 ‘음모’를 밝혀낸다는 줄거리다.

우연인지, 책 발간 전후로 ‘사드’의 한국 배치문제가 한국 정계에서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10월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김 작가를 만나 소설 <싸드THAAD>의 집필 이유, 그리고 소설의 형식을 빌려 김 작가가 하고픈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래 <싸드>라는 가제로 집필하던 작품인데, 가제가 그대로 제목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이 문제를 알리는 것이 급박하다고 생각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뉴스를 검색해 보니, 10월 23일 열렸던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브리핑에서 미 국방장관 척 헤이글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발언해요. 최고위급 레벨에서 사드란 말을 꺼낸 것 자체가 처음입니다. 반면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6월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언했고요.
“전체적으로 미국에서는 한국을 굉장히 강하게 압박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것이 자세히 보도되지 않아 진실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헤리티지재단 연설(10월 7일)에서 ‘(사드 문제로) 한국 정부를 그렇게 강하게 압박하면 안 된다, 우선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발언하잖아요. 그걸로 우리가 미뤄 짐작할 수 있죠. 전혀 압박이 없는데 그렇게 말할 리도 만무하고. 일본도 지금 미국이 그걸로 한국을 압박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만 쉬쉬하고 있는 것이죠.”

배치는 결정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이번 헤이글 발언이나 “논의한 적 없다”는 한국 정부의 발언은 일종의 연막작전이라는 시각입니까.
“한국 정부의 입장은 그냥 왔다갔다 하는 거죠. 이렇게 추진하면 중국도 반대하고, 반대하는 국민도 많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안 하자니 미국과의 관계가 엉망이 되는 것이고. 지금 한국 정부, 국방부가 갈 방향은 정해져 있어요. 그 점에서는 벨 전 사령관의 견해가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한국 사회에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시간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해요. 그 다음에 국민적 합의를 모아야지 지금처럼 ‘아니다, 모르겠다, 그런 적 없다…’는 식으로 가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거든요. 맞지 않아요.”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평면도로 보면 사드가 한반도 상공을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만약 중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되면 직선거리는 러시아와 북극해, 캐나다를 거치는 항로라는 겁니다. 실제 가장 남쪽으로 잡아도 미사일은 한국과 일본의 공해상을 지나는데, 이미 그 지점에 이를 때는 사드의 유효 요격거리인 150㎞를 넘어서기 때문에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의 대중국 견제효과는 없다는 겁니다.
“일단 사정거리 150㎞부터 틀립니다. 미국쪽 군사정보에 나와 있는 제원은 300㎞예요. 사정거리가 어떻다, 어디로 날아간다는 것은 다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론칭된다는 것이에요. 일단 배치가 되면 점점 개량이 될 것입니다. MD 이른바, 미사일 방어체계에 한국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가 더 중요합니다. 그것은 곧 미국과 일본, 한국이 편을 짜서 중국을 압박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원치 않는 전쟁의 터가 한반도가 될 것이고, 핵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인데요. 다른 시나리오를 써보면 동북아 정세에서 불안요인 중 가장 큰 것이 북한 변수 아닙니까. 갑작스러운 붕괴로 돌발적인 군사행동 같은 위협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이를테면 핵무력 억지를 위해서라도 사드와 같은 방어체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가능한 것 아닐까요.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을 두려워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중국은 1965년도에 핵무기를 개발했는데 지난 40년간 핵무기를 쓰는 올바른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했어요.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위험성을 굉장히 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경제가 나빠지면 군비를 줄이는 것이 정상이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군수를 줄이면 폭삭 망하는 시스템입니다. 2차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군수산업이 국가산업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미국에서 군수산업을 줄이는 것은 경제를 더 나쁘게 합니다. 둘째로는 미국 달러의 지배체제를 유지해야 하는데, 군사외교력을 유지하면 달러 지배체제의 유지가 안 된다는 것이 딜레마예요. 미국의 군사력은 중국보다 10배 이상 됩니다. 그러니 미국으로서는 경제가 나빠지면 군사력을 쓰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는 거예요.”

도서출판 새움

그 시점은 언제로 보십니까.
“미국 경제를 잘 들여다봐야 해요. 미국 경제 회생을 위해서 별별 것을 다 쏟아붓고 있는데 그게 다 실효가 없어요. 그게 예측되는 순간부터 전쟁을 경계해야 합니다. 북한은 남한을 칠 힘이 없고, 남한은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남북관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진 않아요. 다음으로 중국은 이런 미·중관계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앞으로 20년 내에는 미국과 전쟁이나 군사적 트러블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핵심적 독트린으로 하고 있어요. 그걸 잘 보고 틈을 잘 노린 것이 일본이잖습니까. 센카쿠 문제를 이슈화시킨 것이 무슨 일이 있어도 중국은 미국과 트러블을 일으키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중국으로서는 속으로는 끓지만 어쩔 수가 없죠.”

가쓰라 태프트 밀약이 맺어진 1905년 상황이 21세기에 재연된다는 전제로 책을 쓰신 것 같아요. 당시는 러일전쟁 직후였고, 실제로 미중전쟁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주체가 다르지 않습니까.
“물론 그때와 딱 맞아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통일이라는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북한이 붕괴되면 당연히 통일이 될 걸로 믿는 시각이 있고, 그렇지 않고 북한이 여러 강대국에 의해 관리 또는 편입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가쓰라 태프트를 이야기한 것은 이런 측면입니다. 하나는 미국과 일본이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원래는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가 지난 60년간 안보를 지켜왔는데, 문제는 한국이 중국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요. 우리로서는 변화하는 것인데, 미국이나 일본쪽에서 보면 한국을 놓치면 안 되거든요. 사드도 그 일부입니다. 미국과 일본이 가까워지고 한국이 중국에 가까워지면 앞으로 가쓰라 태프트 밀약과 같은 일이 안 생기리라 보장할 수 없어요.”

주인공의 후견 역할을 하던 김윤후 변호사의 발언이 인상적입니다. ‘중국은 나라가 아니다. 전쟁은 숙명이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작가 내면의 갈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주인공 어민처럼 핵전쟁도 막아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숙명처럼 굴러가는 상황이라는 인식 사이의 갈등인 것 같은데요.
“그렇죠. 작가가 원래 마무리를 해줘야 하는데, 작가의 견해를 보여주지 않고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열린 결말 구조를 택했습니다. 이것은 나의 갈등이면서 우리나라의 갈등입니다. 김 변호사를 따라가야 하는지 주인공 어민을 따라야 하는지 지금부터 우리가 고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뇌이지 결론은 아닌 거죠.”

비록 허구겠지만 미국에 보내는 정보보고 파일 형식으로 되어 있는 태프트파일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총 6개의 파일인데, 2017년 대선후보군을 일별한 뒤 내린 결론이 재미있어요. 결국 박원순과 김문수의 구도로 갈 것이고, 김문수가 이길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이게 현실성이 있을까요.
“그 가능성이 제일 크죠. 일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요즘 많이 거론되지만, 그분은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어요. 정치라는 것이 누가 밥상을 차려놓고 초청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치열하게 싸워야 해요. 대통령은 독하고 사나운, 그런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반 총장의 스타일 하고도 안 맞고요. 김무성도 가능성이 없습니다. 김무성 역시 선량한 사람인데, 그러기 때문에 자기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고 자주 드러냅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중요한 일을 사소한 실수로 망가뜨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통령 임기가 이제 2년도 안 된 시점에 개헌을 이야기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냥 기분에 들떠서 했다고 볼 수밖에 없거든요.”

박원순 서울시장 쪽의 공식 멘트는 ‘서울시장 일에 충실하겠다’는 겁니다. 대선후보로 나오려면 중도에 사퇴를 해야 하는데….
“박원순으로서는 서울시장 공천을 받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고, 본인이 말을 바꿀 수는 없잖아요. 나중이 되면 본인이 나가겠다, 안 나가겠다, 약속을 지키고 지키지 않고는 아무 의미가 없게 되어버려요. 모두가 원하는데 안 나올 수 있나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경우 강점이 ‘민주화운동 경력을 갖고 있는 보수지도자’ 아닌가요. 자신을 민주화와 산업화의 적통을 계승한 적임자로 스토리텔링 상의 우위 선점이 가능한데, 책에 실린 ‘태프트 보고서’에는 우파로의 급진적 이동이 박원순과의 대결에서 이길 요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 이미지는 김문수를 따라가면 왠지 가난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김문수 본인도 그렇고. 이미지 변신을 해야죠.”

2017년이라 박근혜 파일은 없지만, 맨 앞에 거론되어 있는 채동욱 사건 보고 등에서 간접적으로 언급됩니다. 논란이 되었던 ‘박근혜의 7시간’ 등에서 기자들이 정말 관심을 갖는 것은 정윤회를 비롯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선의 존재 여부인데요.
“당연히 비선은 있죠. ‘비선 없는 대통령’이라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비선이 비윤리적인 것도 아니고 전 세계 모든 정치지도자가 다 있는데 박근혜는 비선이 있으니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정윤회씨는 실제적으로 박근혜 비선팀의 팀장을 오랫동안 했으니 그것으로 유추해볼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이 되면 인재풀이 100배 이상 늘어나요. 과거 팀장이었다고 계속한다는 것은 언론의 시각이고, 실제 권력의 세계는 어제까지 목숨을 주고받다가 오늘 갑자기 외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박근혜의 성격을 보면 딱 한 번 내편이다 싶으면 잘못해도 끝까지 감싸주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런 것으로 보면 과거의 비선들이 현재까지도 뭔가 강력한, 끊이지 않는 인맥을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죠.”

윤상현이 박근혜가 선택할 제3의 인물이라는 것은 의외입니다.
“박근혜는 워낙 탄탄한 지지세가 있기 때문에 임기의 맨 마지막 순간까지 여권을 지배할 사람이에요. 자기의 약점을 커버할, 사건을 일으킬 만한 콘셉트를 결합하면 여당 내 경선에도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박근혜의 강점은 보수, 노인층, 경상도입니다. 그것과 반대되는 개념을 결부시켜야 효과는 극대화되겠죠. 그러니까 세대교체로 갑니다. 그렇다고 검증 안 된 사람을 외부에서 데려와 내세울 수도 없어요. 젊되, 역대 모든 대통령이 그랬듯 국회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러자면 윤상현이 제일 적임자라고 봐요. 그때가 되면 3선이 되어 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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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고구려를 집필 중이셨습니다. 역사소설 이외에 이런 정치소설을 또 쓸 계획이 있습니까.
“일단 고구려 다음 편을 빨리 마무리할 것입니다. 내년 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2017년 대통령선거가 아주 중요하다고 봐요. 집필이 끝나면 2017년 대선 소설을 본격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