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의 헬로 월드컵]아르헨티나 ‘판타스틱4’ 활용법

아르헨티나에는 ‘판타스틱4’로 불리는 선수들이 있다. 명실상부한 현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맨체스터 시티의 골잡이 세르히오 아게로, 나폴리의 스트라이커 곤잘로 이과인,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앙헬 디 마리아를 부르는 애칭이다. 한 명 한 명이 경기 흐름에 변화를 일으키거나 승부를 단숨에 결정지을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이 판타스틱4가 1+1+1+1 이상의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아마 아르헨티나를 꺾을 수 있는 팀은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판타스틱4의 핵심은 역시 메시
그런데 이 판타스틱4를 완벽하게 운용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이 확실한 전술 선택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사베야 감독은 지역 예선에서 메시를 가장 잘 활용하기 위한 포메이션으로 4-3-3을 선택했다. 메시가 세르히오 아게로와 곤잘로 이과인의 뒤에서 움직이고, 앙헬 디 마리아가 미드필드에서 공격에 가담하도록 배치하였다. 이 4명의 선수들은 지역 예선에서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메시에게 딱 맞는 포메이션처럼 보였다. 메시 앞에 있는 2명의 공격수가 상대 수비를 묶어두고 공간을 만들면, 그 빈틈으로 메시가 침투하거나 마법같은 드리블을 펼치는 게 적중했다.

아르헨티나 판타스틱4의 일원인 스트라이커 이과인. 라플라타 | AP연합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안정을 찾지 못한 수비가 판타스틱4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보스니아와의 브라질 월드컵 1차전에서 사베야 감독은 3명의 수비수를 세우고, 아게로를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고, 메시를 그 뒤에 배치하면서 3-5-2에 가까운 전형을 사용하였다. 이과인은 벤치를 지켰다. 메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사베야 감독은 4백(4-3-3)으로 전형을 바꾸고 이과인을 투입했다. 판타스틱4가 가동됐다.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지만 메시가 공간과 여유를 갖게 되면서 팀 전체가 활기를 띠었다.

후반 20분 메시의 추가골 장면에서도 이과인과 아게로가 상대 수비진과 함께 움직이면서 공간을 열어준 게 주효했다.

보스니아전에서 아게로나 이과인은 이렇다할 슈팅을 보여주지 못했다. 디 마리아 역시 좋은 경기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판타스틱4가 메시를 중심으로 승리의 길을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판타스틱4’로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와 앙헬 디 마리아, 세르히오 아게로(오른쪽)가 지난 6월 7일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라플라타 | AP연합

사베야 감독은 “공격수로서 메시는 더 많은 공격 기회를 갖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맞지 않는 시스템을 사용하면 공격하기 쉽지 않다”며 “후반들어 변화를 준 것이 경기력을 바꿨다. 몇 가지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록 보스니아를 잡긴 했지만 아르헨티나의 판타스틱4는 이름값에 걸맞은 파괴력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리는 아르헨티나의 희망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희망은 판타스틱4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여지가 많다는 점에 있다. 판타스틱4가 공수의 밸런스를 이뤄내며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낸다면 아르헨티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팀이 될 것이다. 핵심은 역시 메시의 부활이다. 메시는 판타스틱4의 에이스이자 대장이다. 메시가 살아난다면 아게로나 이과인, 디 마리아에게도 훨씬 많은 기회가 갈 수 있다. 약점은 사베야 감독이 아직 판타스틱4의 잠재력을 완벽하게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판타스틱4를 가동할 경우 공수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김세윤의 헬로 월드컵

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긍극의 판타스틱4를 보고 싶다. 왜냐구. 판타스틱4가 하나 하나 살아움직이면서 전체적으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기 때문이다.

<전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