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젊어진 트로트의 맛

안방극장으로 불어온 ‘뽕필’은 젊은 감각까지 품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트로트는 확실히 젊어졌다. 트로트 신동이나 신세대 트로트 가수의 등장보다는 최신 장르와의 결합, 트로트와 로맨틱 코미디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특히 눈에 띈다.

23일부터 방송되는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은 트로트에 재능이 있는 20대 여자가 천재 작곡가를 만나 트로트 가수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멜로드라마다. 트로트 가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지만, 시청자 연령대가 높은 주말이나 일일 드라마 시간대가 아닌 월화 미니시리즈로 편성된다는 점이 파격적이다. 주인공의 나이도 20대로 설정돼 있고, 출연 배우들도 젊다.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한 형편으로 이루지 못한 최춘희 역에는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트로트를 경멸했지만 춘희를 돕는 천재 뮤지션 장준현 역에는 밴드 활동 경력이 있는 배우 지현우가 각각 맡았다.

Mnet <트로트엑스> | Mnet 제공

1960~70년대 한 많은 국민 정서를 표현하던 트로트가 젊은이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변했다. 전통가요, 어르신들의 노래라는 이미지가 강한 트로트가 어떤 새로운 매력을 보일지 ‘뽕의 변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음악전문 채널 Mnet은 트로트 버라이어티 <트로트엑스>(트로트X)로 화제를 모았다. 트로트 오디션인 이 프로그램을 2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음악채널에서 예능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3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 6일 30년 무명의 설움을 극복하고 재조명된 트로트 가수 나미애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려한 막을 내렸다.

<트로트엑스>의 재미는 오리지널 트로트뿐만 아니라 기존 트로트에 록, 힙합, 댄스, EDM(일렉트로닉 댄스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버라이어티 쇼였다는 점이다. 심사위원들도 태진아, 설운도 같은 중견 트로트 가수와 신세대 트로트 가수 박현빈, 홍진영이 두루 참여했다. 박명수, 뮤지, 아이비, 유세윤 등 트로트를 새롭게 재해석해줄 스타들도 가세해 ‘신선한 트로트의 맛’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나섰다. 참가자들은 정통 트로트에서부터 어쿠스틱, 소울, EDM, 댄스, CCM 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 결합하며 트로트의 무한변신을 보여줬다.

KBS <트로트의 연인> | KBS 제공

신세대 트로트 가수 이지민은 트로트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트로트를 통해 시각장애를 이겨낸 임호범, 감성 발라드에 트로트를 입힌 벤, 트로트로 찬양하는 목사 구자억, 트로트에 다양한 퍼포먼스를 접목해 눈으로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 미스터팡과 지원이, 기타와 감성 보이스로 ‘어쿠스틱 뽕’의 무대를 재현한 레이디스 등 화려한 ‘뽕’의 향연이 펼쳐졌다. 장르 결합으로 신선한 감각을 얻은 트로트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노래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생방송 현장을 찾은 100인의 청중 평가단을 비롯한 방청객들은 10~20대의 젊은 팬층에서부터 60~70대의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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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으로 돌아가자. 이 드라마의 예고 동영상에서 지현우와 정은지는 남진의 ‘님과 함께’를 열창한다. 남진이 특유의 ‘꺾임’ 창법으로 부르던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라는 가사는 젊은이들의 사랑의 세레나데로 변했다. 꺾임이나 구성진 가락보다는 세월의 더께가 느껴지지 않는, 그저 흥겨운 음악이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