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예능의 ‘어벤져스’ 따라하기

영화 <어벤져스>(2012)는 할리우드 상술의 결정판이다. 각자의 시리즈물을 가지고 있던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같은 영웅들이 지구를 구한다는 이유로 <어벤져스>에서 한데 뭉쳤다. 한 편의 영화에서 여러 영웅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관객들을 크게 매료시켰다. 전 세계 18개국에서 개봉돼 15억1000만 달러(1조6148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뒀고, 국내에서만 약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어벤져스>의 성공전략이 한국의 예능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끼친 모양이다. 특히 육아를 소재로 한 관찰예능들이 ‘어벤져스식 인해전술’을 시도하고 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 KBS 제공

MBC <일밤-아빠!어디가?> 시즌2는 전편에 출연했던 ‘역전의 어린이’들을 수시로 투입한다. 지난달 25일 방송에서 시즌1에서 활약했던 성동일의 아들 성준이 동생 성빈과 임찬형을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면서 등장했다. 성준이 동생들을 타이르면서 지하철역에 데려다 주는 장면을 꽤 비중 있게 편집했다.

8일에도 전편의 출연자인 송종국의 딸 송지아가 동생 송지욱과 모습을 드러냈다. <아빠!어디가?>의 어린이들은 지난달 28일 열린 대한민국-튀니지 축구 평가전에서 ‘에스코트 키즈’로 등장했는데 이 과정을 편집해서 내보낸 것이다. 윤민수-윤후, 정웅인-정세윤, 김성주-김민율 등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8살 동갑내기인 시즌1의 송지아와 시즌2 정세윤양의 만남에 집중했다.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당초 방송 의도까지 잊고 ‘어벤져스’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내 없이 아이들을 돌보는 연예인 아빠들의 육아 도전기다. 일에만 몰두하던 아빠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친밀도를 쌓고 육아에 대해 이해해가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슈퍼패밀리가 돌아왔다>로 재편된 느낌이다. 아내들의 등장이 빈번해 가족 예능프로그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MBC <일밤-아빠!어디가?> | MBC제공

1일 방송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추성훈이 홀로 딸 추사랑을 돌보기보다는 아내 야노 시호와 함께 있는 화면이 더 눈에 띄었다. 사랑이 남자친구 유토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장면에선 주인공이 추성훈 부녀가 아니라 추성훈 가족이었다.

일본 오사카 공연에 참여한 아빠 타블로 대신 하루를 돌본 건 강혜정이다. 객석에서 강혜정이 하루를 안고 공연을 즐기는 장면이 대부분. 아빠의 육아기라고 이해하긴 힘들어 보인다.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은 시즌1에서 활약한 견공 상근이를 끌어왔다. 상근이는 <1박2일> 첫 여행부터 함께한 견공으로 지난 4월 사망했다. 제작진은 상근이의 새끼 30여마리 중 가장 닮은 호야를 투입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이 사망한 후 아들이 속편을 이어받는 것과 흡사한 전략이다.

제작진은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서 전편의 등장인물을 끌어온다. 더 많은 등장인물이 더 많은 시선을 끌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프로그램의 취지도 버릴 수 있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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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의 성공은 인해전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개성 있는 영웅들이 한 편에서 충돌하면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기에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국 예능프로그램 제작진들도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