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정보격차 좁히는 알뜰폰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스마트폰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나니….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기기와 함께 눈을 뜨고 스마트기기와 함께 잠자리에 든다. 스마트기기가 가져다주는 편의와 변화는 셀 수조차 없다. 문제는 그 편의와 변화가 누구에게는 혜택이지만 누구에겐 소외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른바 정보격차(Digital Divide)다.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의 정보소외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정부의 ‘2013 정보격차 실태조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일반 국민의 정보화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소외계층의 정보화 수준은 PC 기반의 유선인터넷 환경에서 75.2%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마트기기 기반의 모바일 환경에서는 42.9%에 불과했다.

경제력이 취약한 계층은 고가의 모바일 기기가 펼치는 정보화 세상을 쫓아갈 수가 없다. 통계청의 ‘2014년 1분기 가계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통신비는 가구당 월평균 15만9400원이다. 가계지출 비중에서 7%나 차지한다. OECD 34개 회원국 중 최악이다. 이같이 과도한 통신비 부담은 정보격차를 악화시킨다.

거대 통신사들의 독과점을 깨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려고 도입한 것이 알뜰폰이다. 도입 초기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 보급형 스마트기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겁다. 2012년 약 1190억원이던 매출액이 2013년에 247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알뜰폰 업계는 올해 가입자 목표를 400만명으로 잡고 있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7%를 차지하는 수치다. 내년 말엔 점유율 10%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를 시작한 지 7개월여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한 우체국 알뜰폰. 우본은 지난 10일부터 영업망을 359곳으로 대폭 늘렸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알뜰폰 대중화의 일등공신은 우체국이다. 전국 망을 가진 우체국이 대행판매를 하면서 소비자들의 접근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우체국의 신뢰도를 발판으로 지난 5월 영업 시작 7개월여 만에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알뜰폰은 더 이상 ‘노인폰’이 아니다. 50대 이상 장년층이 전체 가입자의 59.2%를 차지하지만 올 들어 30대(11.2%)와 40대(21.1%) 가입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앱에 민감한 젊은층이 알뜰폰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싼 요금 때문이다. 우본이 우체국 알뜰폰을 한 달 이상 사용한 고객 3만명의 평균 납부액을 분석해 보니 1만6712원이었다. 이통3사의 가입자당 월평균 요금이 3만4399원인 것과 비교하면 약 49% 수준이다. 한 달이면 1만7687원, 1년이면 21만2244원의 통신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우본은 지난 10일부터 알뜰폰 판매 우체국을 130곳 추가해 총 359곳으로 늘렸다. 그동안은 대도시 위주로 영업을 했지만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가입 편의를 위해 읍·면 소재 우체국을 추가한 것이다. 판매 기종도 다양화하고, 적게 쓰고 적게 내는 요금제를 대폭 늘렸다. 우본은 연말까지 600여곳으로 영업점을 늘릴 계획이다.

알뜰폰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정보이용요금 인하다. 3대 통신사의 통신망을 임대해 쓰기 때문에 기본료는 저렴하지만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통신사 요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 10명 중 6명이 ‘사용한 만큼만 내는 일반요금제’를 쓰고, 음성과 데이터 기본 제공(24.3%), 데이터 기본 제공(2.6%) 요금제를 꺼리는 것은 다 비싼 정보이용료 탓이다. 단말기도 여전히 피처폰(46.3%)이 많다. 소외계층에게 3G스마트폰(39.3%)이나 LTE스마트폰(14.4%)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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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격차에는 ‘접근 격차’와 ‘이용 격차’가 있다. 현재의 알뜰폰 요금제와 고가의 기기로는 이런 격차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더욱 다양한 선택권과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거대 통신사들이 LTE망 임대료를 낮춰야 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과 활용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보편적 복지와 직결된다. 알뜰폰이 ‘효자폰’을 넘어 ‘평등폰’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장정현 편집위원 jsal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