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무인우체국 시대

우리나라도 마침내 무인우체국 시대가 열렸다. 5월 30일 김포 학운산업단지와 하남 지식산업센터에 무인우체국이 문을 열고 업무를 시작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창구직원ㆍ집배원 없이 우편물을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우체국이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무인우체국은 일반·등기우편물, 일반·등기소포를 취급하는 우편서비스는 물론 예금과 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우편물을 직접 받을 수 없는 고객에 대해서는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 있도록 일정기간 보관함에 우편물을 보관도 해준다. 우편번호 조회뿐만 아니라 등기우편물의 종적조회 등 각종 우편물에 관한 조회도 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이며 연중무휴다. 결제 방법은 카드·교통카드·현금(천원권 및 동전) 모두 가능하다. 고령자나 기기 조작이 어려운 고객은 우편고객지원센터(야간엔 정보센터)와 화상으로 상담을 할 수 있고 원격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우본은 올 하반기에 무인우체국 5곳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우편물 주소 입력도 고객이 직접 하는 방식에서 영상 스캔을 통해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게 개선한다. 김준호 우본 본부장은 “365일 시간 제약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지리적 불편도 해소해주는 무인우체국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창구직원이 없는 무인우체국이 5월 3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김포와 하남에 문을 열었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오른쪽)이 김포이젠 무인우체국에서 소포우편물을 보내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국내 우편업무의 무인화는 이미 1997년에 무인창구를 설치하면서 시작되었다. 우체국 업무가 워낙 사람 손이 가는 일이 많아서 그 확산 속도가 더뎠을 뿐이다. 이제 무인화는 택배서비스 등으로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우편업무를 무인화하도록 하는 요인은 많다. 즉각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취향, 이동하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우체국을 세워달라는 수요자들의 요구, 신도시 등 새로운 거주공간의 확장, 영업시간에 택배를 이용하기 어려운 직장인 수요 증가, 노동집약적인 우편 과정의 개선 필요성 등등 고객 수요는 많지만 부지확보, 건립비용, 인력운용 등의 제약 때문에 신규 우체국을 세우기 어려운 곳에서도 무인우체국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최근 1인 가구, 맞벌이 가정 등이 늘면서 재배달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우본은 무인우체국을 통해 고객 편익을 높이는 한편 경영개선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우체국 망에서 소외되었던 지역에 우편·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우편서비스가 발전한 유럽이나 미국은 우리보다 무인우편장비 활용의 폭이 훨씬 넓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팍스타치온(Packstation)이다. 언제 어디서나 24시간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의 소포를 발송하고 수령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ICT와 접목한 물류기술의 변화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군사용으로 만든 드론이 아마존이나 DHL에서 ‘배달의 달인’으로 급변신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편업무도 자동화·무인화 기술과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우체국들이 유비쿼터스 우체국의 구현을 위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우체국이란 모든 국민에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Ubiquitous),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며(Intelligence), 우편물 제작부터 배달까지 전 과정이 추적 가능한(Networking) 우체국이다. 무인우체국의 개국은 이런 유비쿼터스 우체국 구현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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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바뀐 만큼 우편사업도 변신해야 한다. 우체국의 무인화는 분명히 업무의 효율성과 경제적 효과를 높여줄 것이다. 기왕이면 ‘온기가 있는 무인화’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정현 편집위원 jsal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