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끝내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두 누리꾼의 사연

아직 세월호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5월 9일 현재 31명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대했지만, 끝내 사망해 돌아옴으로써 누리꾼들을 안타깝게 한 두 명의 단원고 학생이 있다. 최모군과 전모군이다.

세월호 사건 전날, 뽐뿌게시판에 ‘건9왕’ 전모군이 남긴 수학여행 출발 대기 사진.| 뽐뿌

“충사..죠죠..러브라이브...다음주까지 기다려야 겨우 볼 수 있겠네요. 어우 뭔 제주도를 3박4일로 가는지.” 4월 15일 오전 0시 52분 최모군이 루리웹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하루카라는 닉네임이었다. 사건 전날이다. 충사, 죠죠... 등은 애니메이션 이름이다. 그 뒤 그는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았다. 서본좌라는 누리꾼은 “형씨 이제 낚시 글이라고 새 글 올릴 때 되지 않았어? 빨리 글 좀 올려봐 현기증 나니까”라고 댓글을 달았다. ‘장난 글이어도 좋으니까 제발 사실이 아니라고 해달라’는 애원을 담은 글이었다. 최군은 4월 20일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4월 23일, 한 누리꾼은 그가 마지막 글에서 남긴 ‘아직 보지 못한 애니메이션’을 외장 하드디스크에, 그가 갖고 싶다는 PSP 게임기를 담아 조문했다. 영화잡지 씨네21에 기고한 글에서 문화평론가 최지은씨는 “이토록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방식의 조문을,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배가 출발해야 하는데 2시간째 대기 중이네요 아~ 피곤해.” 역시 4월 15일, ‘건9왕’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용자가 “수학여행 못 가고 있네요 ㅠ-ㅠ”라는 제목으로 뽐뿌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글을 올린 시간은 오후 8시 22분. 이튿날, 세월호 사건이 난 후 역시 ‘낚시’가 아니냐는 댓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전모군이었다. 전군의 어머니는 단원고 인근에서 세탁소를 하고 있었다. 세탁소 문을 닫고 진도로 내려간 전군의 어머니가 ‘내일(17일)까지 쉽니다’라고 붙인 쪽지가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닫혀진 세탁소 문엔 전군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사람들의 쪽지가 가득 붙었다.

기대는 허사였다. 전군 역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5월 9일, 동아일보는 전군 어머니의 사연을 기사화했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아들에게 해준 게 너무 없었다”고 밝힌 전군의 어머니는 “진도에서 부모들끼리 서로 이야기해보니 다른 친구들은 10만원씩 줬다는데 우리 아들은 2만원밖에 못 줘 미안해 또 울었다”며 “○○를 찾았을 때 지갑에 2만원이 그냥 있었는데 그 용돈도 쓰지 못한 채 갔다”고 밝혔다. 전군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누리꾼은 또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데 이 편지 기사에 달린 전군 누나의 댓글이 누리꾼의 분노를 지폈다. 전군의 어머니가 잠깐 가게를 열자마자 기자들이 찾아와 이야기를 부탁했다. 어머니가 “아직 진도 앞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친구들 때문에 미안하다, 지금 이런 기사를 보면 (그 부모들은) 어떤 마음이겠냐며 다 끝난 다음에 (기사를) 내보내달라”고 부탁했는데, 허락 없이 기사가 나왔다는 것이다. 전군 누나의 댓글을 읽는 기자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신해서라도 사과하고 싶다. 하루카씨와 건9왕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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