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지금과 같이 확대되고 발전된 것은 누구나 자유롭게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였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에게 인터넷은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2013년 미래부의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의 가구 인터넷 접속률은 98.1%이고, 전 국민의 82.1%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매주 13.9시간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하니 매일 2시간씩은 컴퓨터 앞이나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용시간에 비례해 인터넷에 투자되는 가계지출도 늘고 있다. 최근 참여연대의 발표에 따르면 OECD에서 한국의 통신비지수(통신비 부담)가 회원국 중에서 2위 수준으로, 이 중 이동통신단말기 할부금과 데이터통신요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실제로 기존의 통신과 방송이 모두 인터넷서비스로 대체되는 과정이니 앞으로 통신비 중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지출되는 금액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이 지금과 같이 확대되고 발전된 것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통제 아래 있거나 관리되고 있다면 폐쇄된 인트라넷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 정지윤 기자
통신사는 접속 서비스를 제공할 뿐
이렇게 우리의 삶에 더욱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인터넷의 주인은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KT나 SKT, 케이블TV 회사들과 같은 통신회사들이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하나의 서비스 상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즉, 우리의 컴퓨터를 인터넷망에 연결시켜주는 역할만 할 뿐 인터넷 자체를 운영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특정 업체의 소유가 아니며 누구도 인터넷 그 자체를 팔아서 돈을 벌지는 않는다.
인터넷은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에서 제정한 RFC(Request For Comments)에 따른 기술표준과 절차 등을 준수하면 누구나 연결하여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이다.
각 통신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물리적인 케이블망을 하나의 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상호 개방하여 연결함으로써 가입자들을 유치하고 그 사용료를 징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터넷은 누가 만들고 관리하고 있는가? 표면적으로는 ICANN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관)이라는 민간 국제기구에서 인터넷 운용에 필요한 루트서버와 도메인주소의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앞서 말한 인터넷의 기술표준을 제정하는 IETF도 ICANN의 산하기관이다.
그러나 실상은 미국의 상무부 소유이다. ICANN은 미 상무부의 위탁을 받아 관리를 대행하는 기관일 뿐이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는 초창기 인터넷이 미국 국방부의 첨단연구프로젝트국에서 연구하기 시작한 아르파넷(ARPAnet)에서 기원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사시 하나의 통신망이 파괴되더라도 전체 통신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통신체제 구축이 필요했고, 개발된 통신망을 개방하였다. 이후 월드와이드웹이 도입되면서 대중화된 건 1991년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초창기 인터넷에 미국의 힘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민간 차원에서 시스코나 AT&T와 같은 인터넷 기업들의 참여와 희생도 컸고,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빈트 서프와 존 포스텔, 우리나라 전길남 박사 등 전 세계 통신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연구 성과가 반영된 것이 현재의 인터넷이다.
그 성과와 혜택을 전 인류가 이용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이에 기반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특정 국가가 소유권을 쥐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예를 들어 물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미국이 ICANN에 압력을 넣어 도메인네임서버(DNS)에서 ‘.cn’이라는 도메인을 삭제하면 중국은 인터넷 접속이 끊기게 되고, ‘.ru’를 삭제하면 러시아가 먹통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해당 국가의 혼란과 경제적 손실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미국은 핵폭탄보다도 강력한 제재수단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스노든의 폭로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이 누구보다 쉽게 인터넷 상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데에는 이러한 루트서버의 관리 권한에 근접한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등은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면서 ICANN의 인터넷 관리 권한을 정부 간 연합체인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국제전기통신연합)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 소유권을 확보 관심 가져야
미국의 주도권을 견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인터넷을 전화 통신의 범주로 포함하려는 시도와 함께 스팸과 보안 등의 이슈에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사실 미국이 ICANN을 쥐고 흔든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ICANN은 미국 정부 산하에 있지만 비영리 민간기구다. ICANN은 비교적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고, 합리적인 운영과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만약 러시아나 중국이 요구하는 것처럼 인터넷 주소 관리 권한을 국제연합(UN) 산하에 있는 ITU로 가져오면 민간 섹터가 배제된 정부 차원의 논의가 된다.
이미 국가가 인터넷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것은 중국과 제3세계 국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은 스노든의 폭로 외에도 국가안보국이 이메일과 전화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는 미 법무부 검사장 토머스 탐의 시인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정보원과 군, 국가기관이 개입해 인터넷과 SNS에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차단 안내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알기 힘들다.
이러한 ITU의 움직임에 대해 각 분야의 참여가 보장된 인터넷 관리권의 확보를 추진하는 측도 있다. 미국은 인터넷의 관리권을 ICANN에 이양하고, 동시에 ICANN의 개방성을 확대하자는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의 주장이 그것이다.
인터넷이 지금과 같이 확대되고 발전된 것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통제 아래 있거나 관리되고 있다면 폐쇄된 인트라넷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인터넷의 주인은 망에 접속하고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우리가 만들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게임과 SNS와 같은 서비스를 즐기기만 하지 말고 인터넷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누리기 위한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으면 한다.
결국 인터넷에서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은 공개된 공간에서 주장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다양한 주장들이 많이 논의되고 그것이 정책 결정에 반영되는 인터넷이 되었으면 한다.
<윤원철 KINX 경영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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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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