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50가지 사례

<감정 독재>
강준만 지음·인물과 사상사·1만5000원

지은이는 인간은 원래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지만, 인터넷과 SNS의 등장으로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정도가 더욱 견고해졌다고 말한다. 감정이 빠른 속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이성이 설 자리가 더욱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성도 작동하지만, 많은 경우 이성은 감정의 ‘졸’이거나 ‘호위무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지은이는 이를 ‘감정 독재’라고 명명하며 감정 독재에 해당하는 50가지 사례를 이 책에서 제시한다.

사례는 사회 현안이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의문들에서 출발한다. 왜 대학입시제도는 자주 바뀌는지, 왜 우리는 누군가를 한 번 밉게 보면 끝까지 밉게 보는지, 왜 기업들은 ‘무조건 100퍼센트 환불 보장’을 외치는지, 왜 검사가 판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왜 지식인 논객들은 편가르기 구도의 ‘졸’이 되었는지, 왜 부자 친구를 두면 불행해 지는지, 왜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최악의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지 등의 ‘왜’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질문을 던지고, 그 배경에는 ‘감정의 지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왜 우리는 누군가를 한 번 밉게 보면 끝까지 밉게 보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심리학 이론인 ‘인지 부조화 이론’을 끌어들여 설명한다.

사람들은 한 번 받아들인 믿음에 반하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면 그 믿음을 고쳐 심리적 조화를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그 증거를 부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상반되는 두 인지 요소를 조화롭게 만들기 위한 압력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는 사이비 종교를 맹신하는 현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말세론을 주장한 사이비 교주의 예언이 틀리더라도 신도들은 그들의 신앙을 하나님이 시험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휴거일이라고 믿었던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도 자신의 신앙을 수정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한 번 부정적으로 본다면 긍정적인 부분이 발견되더라도 이를 부인하면서 끝까지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신간 탐색

지은이는 ‘감정 독재’와 싸우는 법은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타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큰일을 이룰 수 있는 동기와 정열은 감정의 몫인 만큼 감정을 이성으로 검열하려 하기보다는 “이성의 적이 아니라 동료로서 감정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