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일상에 매몰되었을 땐 발견하지 못했을 일상들

<빌라 오사카, 단 한 번의 계절>

김진우, 이지연 지음·프롬나드·1만4000원

살다보면 때로는 다른 호흡법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숨가쁜 일상을 벗어나 다른 속도와 깊이로 숨쉬는 법을 알려준다. 신문사 정치부 기자인 지은이에게 한국에서의 일상은 언제나 숨가쁨의 연속이었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일에만 전념하며 30대를 질주해 왔다. 바쁜 직장에 헌신하며 혼자만의 시간도, 가족과의 시간도 놓아버린 채 지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마흔, 이전과는 달라진 나잇대는 지금껏 숨가쁘게 달려온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지은이는 과감하게 1년간의 휴직을 선택하고, 일본으로 연수를 떠나기로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는 아내와 아들, 가족이 함께했다. 이 책을 ‘생활여행기’라고 소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은이가 오사카에 체류하면서 일본 구석구석의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여행기이지만, 그 길에는 계속되는 일상을 공유하는 익숙한 가족이 함께 있었다.

일본에서의 1년은 지은이에게 다른 속도로 걷고, 다른 깊이로 숨을 쉬는 시간을 선물해줬다. 낯선 것들 사이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도전적인 여행기들과는 달리 이 책은 낯선 것들 사이에 가만히 스며들면서 익숙한 일상성을 다시 만나는 이야기들로 따뜻하다.

이를테면 “함께 동네를 거닐 때 내 손을 꼭 쥐던 아이의 작고 부드러운 손의 감촉, 석양이 비스듬히 비쳐들던 좁은 골목길의 아련한 풍광, 세 식구가 나란히 한 이불 속에 누워 듣던 파도소리와 풀벌레소리” 같은 것들은 한국의 바쁜 일상에 매몰되었을 때는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일상의 따뜻한 온도들이다.

이 책에는 매일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며 빈틈없이 살았던 이들 가족이 오사카의 골목길과 간사이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새로운 일상, 설렘과 불안과 망설임 속에서 떠난 여정에서 우여곡절과 실수와 우연을 겪으며 빚어낸 따뜻함과 여유들이 소박하고 담담하게 담겨 있다.

신간 탐색

어쩔 수 없이 직업이 기자인지라 여행지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꼼꼼한 취재의 흔적도 엿보인다. 오사카와 간사이 지역의 유적지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 또한 이 책을 읽는 별도의 재미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