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분단의 현장서 펼치는 평화의 예술

이 땅에 평화 정착을 목마르게 염원하는 미술가들이 대거 남북 분단의 생생한 현장으로 나섰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았지만 남북간에는 평화, 통일의 기운보다 긴장,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미술가들은 분단의 아픔이 서린 백령도,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을 찾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예술작품으로 평화, 통일의 의미를 되새긴다.

우리나라 서해의 최북단 섬 백령도. 고려의 충신 이대기가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표현했을 정도로 절경을 자랑하는 백령도는 아름다운 섬 이미지보다 남북대치의 섬으로 각인돼 있다. 그 백령도에서 정전기념일인 7월 27일 인천아트플랫폼의 특별기획전 ‘백령도-525,600시간과의 인터뷰’가 개막됐다.

이종구의 <황해 3>(부분). 정치적 희생자인 죽산 조봉암의 이미지 위에 서해 NLL를 중첩시켜 분단상황을 부각시키고 있다. | 김선경의 <철원 들녘>

기획전에는 작가 40명의 작품 60여점이 선보인다. 백령도 내 26개 대피소 중 진촌리 일대 4개소와 심청각,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운영 중인 백령평화예술레지던시, 백령성당과 백령병원 등에서 설치, 영상, 회화,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백령도가 ‘대치의 섬’이 아니라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희망이 녹아든 작품들이다. 작가들은 남북 긴장이 일상의 삶에 스며 있는 백령도 주민들의 삶과 애환, 지난 60년 52만5600시간 동안 섬에 켜켜이 쌓인 갖가지 이야기들, 심청의 인당수 같은 지정학적 특성, 풍성한 신화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백령도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재일교포 3세이자 백령평화예술레지던시에 체류 중인 김수미는 ‘로즈 라인 프로젝트’를 통해 백령도 어린이들과 헝겊으로 만든 장미꽃을 철조망에 매달아 날카로운 대치 이미지를 평화 이미지로 전환시킨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는 김기라는 어린이들과 평화의 메시지를 기록하는 워크숍 진행 결과를 담은 작품을 비롯, 젊은 프로젝트 그룹 ‘스위트포테이토’와 함께 곳곳에 장소특정적 작품을 설치했다. 이종구, 서용선, 이수영, 이인, 김보섭, 백령도 출신 작가인 최정숙 등도 참여했다. 전시는 8월 7일까지 백령도에서 열린 뒤, 8월 14일부터 10월 6일까지는 20여명의 작가가 더 참여해 인천 아트플랫폼 등에서 계속된다.

분단의 상징인 강원 철원 DMZ 접경지역에서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3-보더라인’이 28일 개막돼 9월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작가 13명(1개팀 포함)이 참여했다.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20여 작품이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 철원평화전망대 등에서 펼쳐진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자 ‘보더라인’(경계)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는 DMZ에 존재하는 물리적·심리적 경계를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김선경의 <철원 들녘>

탈북자와 분단문제를 작업해온 윤수연은 DMZ 접경지역의 일상적이면서도 불편한 이미지의 경계를 지워내는 사진작업을, DMZ의 환경에 관심을 가진 함양아는 기존 기록영상과 자료 등을 통해 미래의 DMZ 자연을 그려보는 영상작업을 했다. 구정아, 이주영, 히만 청(싱가포르), 폴 카잔더(캐나다) 등도 참여했다.

문화내시경

철원군과 전시기획사 ‘사무소’가 기획한 프로젝트는 9월 22일까지 철원 현장에서 열린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전시 투어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또 서울의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알프레드 하르트(독일), 건축가 김태형이 같은 기간에 접경지역 연구자료 아카이브를, 8월 22일부터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3-프롬 더 노스’란 이름 아래 노순택, 백승우, 치엔치창(대만), 히로시 미나미시마(일본)가 북한을 주제로 한 사진·영상작업을 공개한다.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